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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음악캠프〉방송 10년 맞아

중앙일보

입력

공중파 방송에서 팝만 트는 유일한 프로인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연출 박수현)가 오는 3월 19일로 방송 10주년을 맞는다.

진행자 배철수는 1980년대 '송골매'라는 록밴드 리더로 활동했던 사람. 따라서 선곡의 신뢰도가 높고 프로그램의 톤이 묵직하다. 음악을 잘 모르는 탤런트·개그맨·댄스그룹 가수들의 수다로 시간을 때우는 다른 라디오 프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진행자가 로커 출신이어선지 이 프로의 단골 장르는 록이다. 그러나 발라드·힙합·테크노 등 다른 장르도 골고루 틀어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곡을 트는 배철수의 진행방식은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하다. 음반업계의 문제점이나 잘못 돌아가는 세상사를 거침없이 꼬집어낸다. "가려운 데를 긁어준다" 는 말이 어울리는 일화 한토막.

얼마전 독일 출신 팝가수 길(Gil)이 출연해 "내 음반이 한국에서 20만장 넘게 팔려 기쁘다"고 말하자 그는 즉석에서 "그만큼 팔리지는 않은 걸로 안다"고 받아쳤다. 사실 '20만장'은 상술에서 비롯된 '뻥튀기' 수치였던 것.

배철수를 만나본 팬이나 음반 관계자들은 "그에겐 카리스마가 있다"고 말한다. 음악을 아는데다 터프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쉽게 "이 음반 틀어주세요"라고 부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친해지면 그만큼 인간적인 진행자도 드물다고 한다. 곡이 마음에 들면 "정말 죽여주죠?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입니다." 같은 멘트를 척척 날려준다.

유일한 팝 전문 프로인 만큼 〈음악캠프〉에서 방송된 곡은 음반매장에서 당장 효과가 나타난다.
"어제 〈배철수〉 2부 첫 곡으로 나온 노래 있나요?" 식이다.

이렇게 팝 프로로 독보적 위치를 굳힌 것은 청취율 변동이나 광고 수주율에 신경쓰지 않고 황금시간대인 저녁 7시대 편성을 지켜준 방송사의 '소신' 덕도 크다. 한때 IMF로 광고가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같은 소신덕에 무난하게 위기를 넘겼다.

〈음악캠프〉는 4일 저녁 7시 숭실대 한경직 기념관에서 10주년 축하공연 '텐 이어즈 애프터'(유명한 영국 블루스밴드 이름이기도 하다)를 마련한다. 긱스·윤도현밴드·자우림·크라잉 너트·스푸키 바나나 등 국내 인기록밴드와 그래미 신인상을 받은 미국 여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내한해 축가를 불러 준다. 또 배철수는 MBC가 장수 진행자에게 주는 '골든 마우스'(황금입)상도 받게 된다. 이종환·김기덕·강석·이문세·김혜영에 이어 6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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