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동조합에 첫 공적자금 투입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수협에 4천여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함에 따라 협동조합에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시중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수시로 있었지만 수협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협동조합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수협의 BIS 비율을 6%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현물출자 형식으로 4천억여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내년 1월부터 BIS 비율과 손익내역 등을 낱낱이 밝히는 `경영공시'가 이뤄질 경우 BIS 비율이 마이너스 수준인 수협은 예금인출 사태 등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것이다.

결국 수협 조합원의 피해 등 혼란을 막기위해 지난해 12월 수협법 개정을 통해 정부지원의 길을 열어 놓은데 이어 이번에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비상수단을 강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원이 선례가 돼 앞으로 통합 농·축협도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지난해 6월 농.축협 통합 논의 과정에서 농협중앙회는 전산통합.간판교체등 순수 통합작업 비용 명목으로 자금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현재 8.57%에 달하는 농협의 BIS 비율이 축협과의 통합으로 낮아질 것에 대비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공적자금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자율적인 생산자 단체로서 협동조합의 의미가 퇴색되고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더욱 더 강하게 작용하게 될 우려도 높다.

정부 관계자는 "수협을 그대로 둘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예금보험 기금이 거의 바닥난데다 예산에 수협 지원자금을 반영할 수 없어 현물출자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jooho@yonhapnews.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