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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ce ⑤ 서소문동 냉콩국수집 ‘진주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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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기본 대기 20분.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합석도 감수. 반찬은 김치 한 접시. 냉콩국수 한 그릇이 선불 9500원. 그래도 여름만 되면 식당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서울 서소문동 ‘진주회관’ 얘기다.

 진주회관 냉콩국수 값이 또 올랐다. 지난해 8500원 하던 콩국수를 올여름부터는 9500원에 먹어야 한다. 여름마다 진주회관 냉콩국수를 먹었던 직장인의 불만은 대단하다. “1만원짜리 국수가 어디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진주회관을 찾아온다.

 진주회관의 역사는 1962년 시작됐다. 조걸(65) 사장은 “처음엔 테이블 6개 놓고 장사를 했다”며 “냉콩국수 한 그릇에 99원, 자장면이 20원 하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때는 직접 맷돌로 콩을 갈았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설계해 미 항공우주국(NASA) 협력업체에서 제작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기계로 콩을 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가격은 왜 해마다 올렸을까. 조 사장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올해 국산 콩값이 80%가 올랐다. 우리가 사용하는 황태 콩은 150%가 올랐다. 해마다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니다. 2002년부터 8000원을 유지하다 2009년 8500원으로 올렸다. 황태 콩을 구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35년 전에는 35가구 정도가 재배했는데 지금은 18가구로 줄었다. 맛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조 사장은 하루 중 7시간30분을 콩국 공장에서 보낸다. 내내 혼자 일하다 2∼3년 전부터는 아들과 함께 있다. 아들도 콩국 내는 비법을 배우는 데는 꼬박 9년이 걸렸다. 조 사장에게 맛의 비결을 물었다.

 “면발은 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온에 따라 국수를 씻는 물의 온도가 매일 달라진다. 콩국수를 50년 만들었지만 지금도 면을 어떻게 하면 차지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한다.”

홍지연 기자

●진주회관 50년 전통의 냉콩국수집. 올해 가격은 9500원. 국물은 무료로 추가할 수 있다. 콩국을 1L(1만원), 2L(2만원)짜리 페트병에 넣어 별도 판매한다. 서울시청역 9번 출구로 나와 옛 삼성본관 건물 쪽으로 가다 보면 있다. 오전 10시30분∼오후 10시. 02-753-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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