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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황제펭귄 ‘긴급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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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건강이 악화돼 뉴질랜드 해변가에서 웰링턴 동물원으로 옮겨진 새끼 황제펭귄이 24일(현지시간) 동물원 수의사인 리사 아길라 박사에게 건강 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웰링턴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남극에서 3400㎞ 떨어진 뉴질랜드 해변가로 헤엄쳐 와 화제를 낳았던 새끼 황제펭귄이 건강 악화로 24일 동물원 신세를 지게 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해변의 모래를 눈으로 착각해 과다 섭취한 탓이다.

 뉴질랜드 자연보호부는 “황제펭귄이 두 차례에 걸쳐 배 속 이물질을 빼내는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웰링턴 동물원의 리사 아길라 박사는 “배 속에서 모래와 콘크리트 덩어리 3㎏가량이 나왔다. 자칫 배가 터져 죽을 수도 있었다”며 “황제펭귄은 눈으로 수분을 섭취하는데 영상 10도를 넘나드는 뉴질랜드의 ‘무더위’에 탈수 증세가 나타나면서 모래와 눈을 구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수술 현장에는 100명이 넘는 시민이 몰려들어 황제펭귄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황제펭귄은 한 차례 더 수술을 받은 뒤 보금자리가 결정될 전망이다. 뉴질랜드 기업인 개러스 모건 박사는 “내년 2월 남극으로 가는 러시아 쇄빙선을 통해 남극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해양 테마파크 시월드 측도 펭귄의 새 안식처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화 ‘해피피트’(남극을 떠나 여행을 나선 아기 펭귄의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 2006년 개봉) 속 이야기를 쏙 빼닮은 황제펭귄의 ‘새로운 세상 적응’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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