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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친 주말 … 밀양서 승용차 휩쓸려 5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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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집중 호우를 동반한 제5호 태풍 ‘메아리’가 지난 주말 전국을 강타하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승용차가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타고 있던 5명이 모두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적잖았다. 경북 왜관읍에서는 불어난 낙동강 물에 의해 ‘호국의 다리’가 일부 붕괴됐다. 하늘 길과 바닷길도 막혔다가 26일 오후 늦게 일부 운항이 재개됐다.

 경남 밀양경찰서와 소방서는 26일 오후 6시30분쯤 산내면 용암마을 앞 하천에서 물에 빠진 승용차를 인양했다. 차 안에서는 김모(47)씨 등 5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서 측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차에 타고 있던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해 다급한 목소리로 “차가 물에 쓸려 가면서 하천에 빠졌다”고 말한 후 곧바로 끊겼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선 실종자를 찾던 119 구급대원이 순직했다. 강원도 영월소방서 소속 이창호(30) 소방교는 지난 25일 오전 8시쯤 강원도 영월군 이모씨 집 앞 계곡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이씨의 딸(3)을 찾다가 실종됐다. 이 소방교 시신은 이날 오후 사고 지점에서 22㎞ 떨어진 충북 단양군 가곡면 인근 남한강 상류에서 발견됐다.

 ‘6·25 기념일’인 25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선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일부 붕괴됐다. 이 다리는 1905년 건설된 뒤 50년 8월 6·25전쟁 때 전차를 앞세운 북한 인민군의 남하를 막으려던 미군에 의해 일부 폭파됐다가 다시 연결돼 인도교로 이용돼 왔다. 2008년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406호로 지정됐다.

 사고는 이날 오전 4시10분쯤 호국의 다리 중 약목 방면 2번 교각이 무너지면서 상판 2개와 다리 위쪽 철구조물이 함께 붕괴되면서 일어났다. 인도교로 사용되는 다리 전체 469m 가운데 100여m가 유실됐지만 통행이 드문 새벽에 사고가 일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날 사고는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 바닥을 준설하면서 호국의 다리 일부 구간을 보강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갑자기 불어난 물이 노후화된 교각에 심한 충격을 주면서 다리가 붕괴됐다는 관측이다.

 하늘 길과 바닷길도 막혔다. 제주공항에서는 전날 12편의 항공기가 결항된 데 이어 26일에는 오후 3시까지 총 46편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해상에도 5∼8m의 높은 물결이 일어 제주와 부산·목포·인천 등을 잇는 6개 항로의 여객선과 서귀포시 모슬포∼마라도 등 2개 항로의 운항도 통제됐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도 이날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일부 지역의 가로수가 뽑히는 등 피해가 있었다. 경기도는 도내 2275개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 유실과 침출수 유출 신고가 없었다고 26일 밝혔다. 도는 경사면이나 하천변에 있는 113개 중점관리 매몰지에 대해서는 담당직원이 순찰하며 수해에 대비했다. 호남지역 방재 당국도 많은 비가 내림에 따라 영산강 4대 강 사업 현장에서 비상대기했다.

양원보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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