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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덥긴요, 모시이불 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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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더위에 잠 못 이루는 계절이 왔다. 22일 강원도 강릉에서 하루 최저기온이 26.8도를 넘는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봄 이불로 밤 더위를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밤 더위 이기려고 에어컨 켜고 자다 낮 더위에 나가떨어지는 불상사를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름용 이불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삼베·모시 등 전통 소재를 중심으로 공기가 잘 통하고 시원한 여름 이불을 알아봤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모시·명주·면 호청·면 누비를 겹친 ‘묶음 이불’.


까슬까슬한 감촉을 좋아한다면 삼베 이불로 여름을 나보자. 삼베 중에는 안동포를 으뜸으로 친다. 안동포는 수분 흡수가 빠르고 항균 작용을 해 보통 수의를 제작한다. 안동포로도 이불을 만들지만 일반적으로는 ‘무삼’이 주로 쓰인다. 동안동농협 임하지점 강효숙 과장은 “안동포는 뻣뻣하고 하늘하늘한 반면 무삼은 톡톡하고 무게감이 있어 이불 짓기 좋다”고 설명했다. 안동포와 무삼 모두 안동 지역의 대마를 쓰지만, 안동포는 손으로 일일이 겉껍질을 벗겨내고 무삼은 잿물로 삶아 겉껍질을 벗겨낸다. 동안동농협 임하지점(054-822-9991)에서 안동포 1필(35㎝×21.6m)을 75만~99만원, 무삼은 한 필에 80만원 미만으로 판다. 이불로 만들어 파는 경우가 드물어 이불가게에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모시 조각보 이불은 햇빛이 비칠 만큼 얇고, 바람에 날릴 만큼 가볍다.

고급스러움을 원한다면 모시 이불이다. 모시는 마과 식물로 짠 직물 중 가볍고 산뜻하다. 신라 시대부터 짜온 충남 서천의 한산 모시는 결이 가늘고 섬세하기로 유명하다. 한산모시홍보관(041-952-9480)에서 덮개·깔개와 베개 2개가 들어간 기본 이불 세트를 170만~180만원에 판다. 수를 놓은 이불 세트는 400만원대다. 삼베와 모시는 쓸 때는 풀을 먹여 쓰고 보관할 때는 반드시 빨래를 해 풀기를 빼야 한다.

요즘 인기를 끄는 건 인견(人絹·viscose rayon)으로 만든 이불이다. 인견은 나무의 펄프에서 추출한 섬유로 짠 직물이다. 가볍고 통풍이 잘 돼 시원한 데다 까슬까슬하지 않고 부드럽다. 정전기도 생기지 않고 땀 흡수도 좋다. 인견은 줄어들 우려가 있어 찬물에 손빨래 하는 게 원칙. 세탁기로 돌릴 때는 세탁망을 사용하거나 ‘울코스’로 한다. 인견 가운데 경북 영주의 풍기 인견을 높게 친다. 풍기인견홍보전시관(054-631-8866)을 통해 풍기 지역 인견 판매상을 소개받을 수 있다. 가격은 홑이불이 3만원 이상, 까는 패드가 4만원 이상.

통영 누비 이불도 여름 침구로 좋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 통제영을 설치한 통영에는 기술자들이 몰려들어 다른 지역보다 여러 공예가 발달했다. 그중 하나가 누비 기술이다. 통영누비는 문양이 정교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무늬의 모양이 다른 듯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통영전통공예관(055-645-3266)에서 인견 이불을 18만원 선에 판다.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까지 쓸 수 있도록 묶음 형태로 만든 이불도 있다. 서울 정동 규방공예전문점 빈콜렉션(02-736-5760)에서는 여름 모시 이불과 겨울 무명 이불까지 한 번에 쓰도록 이불을 모둠으로 만들어 판다. 모시·명주·면 호청·면 누비 이불 모서리에 각각 고리가 달려 있어 끈으로 묶어 쓰면 된다. 아주 더울 때는 모시 이불만 따로 덥고, 모시의 빳빳하고 시원한 느낌을 살리면서 누비의 촉감을 느끼고 싶으면 두 개의 이불을 겹쳐 묶는 식이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원하는 대로 겹쳐 쓸 수 있어 계절별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각 이불을 따로 사거나 묶음 이불 형태로 살 수 있다. 모시·명주는 100만원대, 면 이불은 10만~20만원대. 묶음 이불은 300만~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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