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의 미래는 '닷컴'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그곳에는 후진장치가 없다. 사이버 해방구는 출몰을 거듭하는 게릴라에 점령당했고 정규군은 "턱도 없다" 는 신음소리만 흘려놓을 뿐이다.

그런가 하면 '사이버 드림' 또는 '신(新)골드러시' 를 향한 디지털 헤게모니 경쟁은 날이 갈수록 거세다.

그 중심부에 '닷컴' (.com)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컴' 이라고 했다. 미국이 아닌 나라의 기업.상업기관들이 'co.kr' (한국 기업) 'co.uk' (영국 기업)운운할 때 미국에선 나라 이름을 안 붙이고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요즘 들어선 닷컴이다. '닷' 은 인터넷 사이트의 문패인 도메인 어드레스를 3개 또는 4개 단락으로 나누는 '점' 을 가르킨다.

'컴' 은 컴퍼니의 약자다. 그렇다면 닷컴은 우리말로 '점 기업' 쯤 된다. 사실 별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것을 '못 만들 게 없는 꿈의 공장' 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까지 백 댄서가 꿈이었던 10대 아이들은 지금 PC방에 머물기 일쑤다. 또 20대 대학생이나 직장 신참들은 새 프런티어?뛰쳐나갈 것을 궁리하고 있다. 물론 거기는 '위험지대' 임이 분명하지만 도무지 그냥 웅크리고 있을 수가 없다.

자칭 '사이버 플레이어' (인터넷에서 논다!) '펭도' 조성도(17)군이 대표적이다( '펭도' 는 인터넷 ID, 곧 사이버 이름이다). 그는 네살 때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해 10년 후 자기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월간지 'PC21' 의 학생기자, 인터넷 디렉토리 서비스 'ZIP!' 서퍼, 청소년 웹진 '채널10' 의 웹카피라이터 등 그의 인터넷 경력은 벌써 이력서 한장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또 한사람, 학업을 접고 일에 빠진 '마로니에' 방호석(26)씨. 그는 인터넷을 통해 연예인을 발굴하는 사이버 매니지먼트 개념을 처음 도입, '신인가수 자료실' 울 통해 이미 조PD.O.D.C.진주 등을 발굴했다.

"오프라인 일 가운데 온라인에 접목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잠시 야후 회장 팀 쿠글의 말을 옮겨와 보자.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마케팅을 가능케 한다. 적어도 10년 안에는 인터넷을 대체할 네트워크가 등장할 것 같지 않다. "

덧니가 유난히 돋보이는 '포켓몬짱' 안규리(10)양은 쿠글 회장의 예측을 진작 알아차린 경우다. 일곱살 때 스스로 컴퓨터를 익힌 규리양은 숙제를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요즘은 캐릭터 디자이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포토샵에 푹 빠져 있다. 해커를 잡는 사이버 범죄수사대의 김경수 경사가 마침 규리양의 삼촌이다.

'jaehakc' 최재학(34)씨의 사례는 인터넷과 바로 맞닿아 있다. 그는 1997년 홈페이지 무료 서비스 회사인 '테크노필' 을 세운 뒤 99년 마우스 클릭만으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사이버 시대엔 질 좋은 컨텐츠와 솔루션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닷컴 세상에선 형식이 깨지고 낡은 통념은 설 땅이 없다. 가상현실을 떠도는 신(新)종족은 일단 일에 매달리면 웹홀릭(웹 중독)과 워크홀릭(일 중독)을 함께 앓는다.

심지어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구분을 허물 정도다. 그래서 산업사회 고릴라는 죽고 사이버 게릴라는 산다고들 하는 것일까.

전자상거래 업체인 인터파크 이기형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닷컴은 '클린 컴퍼니' 다. 전자인증을 거치면서 거래상황은 모조리 컴퓨터에 체크돼 탈세라는 단어를 소멸시킨다. 게다가 우리 전통적 기업의 대명사격인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가 없다. " 역시 닷컴은 겉멋의 스타일이 아니라 매력적인 패러다임이다.

허의도.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