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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골프장 캐디는 북한판 산소같은 여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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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29일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노스코리안 아마추어 오픈'이 열렸다. 영국·프랑스·독일·호주·핀란드·룩셈부르크·남아프리카공화국·북한 등 8개국 17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말이 선수이지 이들은 골프채 대여료, 호텔 숙박(4일)비, 식사비용 등으로 1인당 999유로(158만원)를 지불했다. 사실상 북한을 관광하려는 청년들을 모아 대회라는 이름으로 골프를 친 것이다. 이 대회 우승자의 타수는 84타였다.

대회에 참여한 청년들에게는 캐디가 1명씩 따라붙었다. 모두 여성이다. 평양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들은 대부분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골프 규칙과 용어는 물론 상당한 수준의 골프실력도 갖추고 있다고 평양골프장을 다녀온 이들이 전하고 있다.
평양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 가운데 1명의 사진이 최근 중국 사이트에 공개됐다. 이영애와 닮았다고 해서 '산소같은 여자'라는 애칭이 붙었다. 상큼한 미모와 함께 미소가 푸르른 골프잔디와 잘 어울린다는 반응도 있다.

평양골프장의 캐디들은 골프 용어를 그들만의 말로 바꿔 부른다.
티잉그라운드는 타격대, 볼은 공알, 티는 공알받침이라고 부른다. 굿샷은 좋은 공알 또는 잘 샷이라고 한다. 스윙은 휘두름, 클럽은 그로브, 아이언은 쇠채, 우드는 나무채라 한다. 그린은 정착지, 홀컵은 카브, 파5 홀은 긴거리, 오비는 경계선 밖, 페어웨이는 잔디구역, 벙커는 모래웅덩이, 그늘집은 매대, 오르막과 내리막은 올경사와 내리경사로 칭한다.

평양골프장은 북한의 유일한 국제규격골프장이다.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 태성리에 있으며 1987년 김일성 주석의 75세 생일을 기념해 조총련에서 기금을 조성해 만들었다.

북한 당국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골프장에서 생애 처음으로 골프를 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적은 타수를 기록했다. 94년 첫 홀에서 이글을 잡고 이후 홀인원을 11개나 하면서 34언더파(일부에선 38언더파)를 쳤다는 것이다.

2008년 4월 4일 뉴욕 타임스(NYT)는 이를 신랄히 풍자하는 기사를 게재했었다. 주말판 '아이디어와 트렌드'면에 '친애하는 허풍쟁이와 티오프하기'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NYT는 북한 언론이 밝힌 김 위원장의 '경이로운' 골프 솜씨를 소개하면서 박세리, 박지연, 송아리 등 LPGA의 우수선수들을 배출해 골프강국으로 부상한 한국과 달리 북한은 골프 전통은 별로 내세울 것이 없지만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퍼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자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NYT는 "김 위원장 정도의 실력이면 북한의 재정문제에도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꼬았다. 그의 골프 실력이 보도대로라면 PGA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수백만달러를 벌어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NYT는 "김 위원장이 PGA 대회에 참가하려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해야 하는데 북한 주민들이 그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풍자했다.

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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