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 낡은 집 고치는 ‘사랑의 망치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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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금성백조주택 직원들이 대전시 유성구 성북동 국가 유공자 손기영(83)씨 집을 수리하고 있다. 손씨의 집은 지붕이 샐 정도로 낡았다. [김성태 프리랜서]


대전시 성북동에 살고 있는 국가 유공자 손기영(83)씨. 손씨는 한국전쟁 때 다리와 팔에 파편을 맞았다. 부상 후유증으로 지금도 팔다리를 제대도로 못 쓴다. 손씨는 부인(80)과 국가 유공자 보상금(매월 40여만원)으로 힘겹게 여생을 보내고 있다. 1948년에 지은 손씨 집(39.6㎡)은 목조 시멘트 기와집. 낡고 수리를 못해 비가 오면 방에 물이 고인다. 손씨는 “장마철만 되면 빗물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손씨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정성욱 회장

 21일 오후 2시 금성백조주택 소속 직원 8명이 봉고트럭과 승용차에 나눠 타고 손씨 집을 찾았다. 금성백조주택은 대전 지역 중견 아파트 건설업체다. 트럭에는 목재와 변기, 타일 등 건축자재가 실려 있었다. 이들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안전모를 쓴 뒤 곧바로 집 수리에 나섰다. 기와지붕을 모두 뜯어내고 양철로 새로 입힌 뒤 페인트 칠을 했다. 재래식 화장실도 없애고 대신 수세식 화장실을 새로 만들었다. 집 담장에도 페인트 칠을 해 산뜻하게 단장했다. 손씨는 “쓰러져 가던 집이 새집으로 바뀌었다”며 활짝 웃었다. 집수리 봉사에 나선 금성백조주택 최성묵(38) 차장은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할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금성백조주택이 올해로 18년째 대전 지역 국가 유공자의 집을 수리해 주고 있다. 집수리 봉사는 호국 보훈의 달인 6월에 실시한다. 대상자(연간 3명)는 국가보훈처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한다. 이 회사 정성욱(66) 회장은 “30년간 기업 활동을 하면서 안보가 없으면 기업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집수리 봉사에는 이 회사 직원 200여 명 전원이 참가한다. 6월 한 달간 여가 시간이 있는 직원 5∼10명씩 국가 유공자 집을 찾는다. 하루에 3∼4시간씩 10일 정도 걸린다. 건축자재 구입 등 모든 필요한 준비는 직원들이 직접 담당한다. 집수리에 들어가는 비용(집당 1500만∼2000만원)도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국가 유공자 28명(4억원)의 집을 수리했다. 올해도 손씨 집 이외에 김갑동(65·중구 목동)·정문웅(71·동구 소제동)씨 등의 집을 새 단장했다.

 정 회장은 1981년 금성백조주택을 설립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20여 년간 건설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정 회장은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은 국가유공자 집수리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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