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순례하면 식도락가 … 맛의 발견 도전하면 미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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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식가(美食家)는 식도락가(食道樂家)와는 다릅니다. 전국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식도락가예요. 미식가는 도전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음식을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요즘 즐겨먹는 아귀는 30여 년 전 물텀벙으로 불렸는데 잡으면 바로 버렸지요. 미식가들이 맛을 재발견한 것입니다.”

 대구·경북 미식가위원회 윤병대 사무국장(한국외식발전협회 사무국장 겸임·48·사진)은 자타가 인정하는 미식가다. 배낭을 메고 80여 개 국을 다니며 다양한 에스닉 푸드(소수민족 음식)를 경험한 그는 한식당을 17년간 경영하고 TV에서 맛집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했다.

 그는 미식가가 지켜야 할 네 가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먹은 음식 평을 그 자리에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첫째다. 평가를 하고 싶으면 식사를 한 다음날 요리사에게 e-메일이나 서면으로 자신의 느낌을 전할 수는 있다.

 다음은 ‘요리사가 제공한 음식에 소금·설탕·양념 등을 추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으며 정치·종교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도 미식가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밥상머리에서 자칫 스트레스를 받을 빌미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머리 속에서 새로운 요리를 계속 상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예로 고기를 굽거나 삶아먹는 대신 70도 정도의 온도에서 약간 오래 익혀 먹는 수비드(sous vide, 진공저온조리법) 기법은 미식가들이 고안해낸 요리법이다. 또 고등어를 추어탕 식으로 요리하는 것도 미식가의 아이디어다.

 미식가는 야구나 수학 천재처럼 후각·미각·촉각 등을 타고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경제적 성공을 거둔 뒤 고급음식을 즐긴다고 미식가가 되는 것이 아니며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식을 경험해보는 것이 미식가가 되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2009년 말 결성된 대구·경북 미식가위원회는 한국인 회원 30명가량으로 구성된 오프라인 미식가 단체다. 서울·부산에도 미식가협회가 있지만 외국인 요리사 위주다.

글·사진=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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