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미 해군의 미드웨이 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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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본 해군이 태평양을 휩쓸던 1942년 중반, 미 해군 정보부는 일본 해군의 암호 중 아주 중요한 일부분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해군이 대규모 함대를 동원해 조만간 암호명 ‘AF’라는 장소를 공격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미군은 일본의 암호 중 극히 일부만을 해독할 수 있었던 탓에 공격 목표인 ‘AF’가 어디를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애써 얻은 고급 정보를 활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 해군 정보부는 제2차 세계대전 최고의 ‘꼼수’로 불릴 만한 작전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갔다. 일본 해군의 다음 공격 목표가 하와이 서쪽의 ‘미드웨이 제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진위를 확인해야 했다. 이를 위해 미 해군은 ‘미드웨이에 물 부족’이라는 내용의 전문을 전송했다. 이 전문을 도청한 일본 해군의 감청부대는 곧바로 ‘AF에 물 부족’이라는 내용의 암호문을 전송해 미군이 쳐 놓은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암호문에서 지칭하는 ‘AF’가 ‘미드웨이 제도’임을 확인한 미 해군은 태평양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함정을 미드웨이 제도 인근에 미리 배치하는 매복작전에 돌입했다. 그 결과 미 해군은 방심하던 일본 해군의 뒤통수에 제대로 한 방 먹이는 데 성공했고 마침내 주력 항공모함 4척을 격침하는 대승리를 거뒀다.

 온라인 매매가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개인투자자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각종 증권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각종 증권 관련 방송과 전문 매체부터 거래 증권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투자 정보까지 온라인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에 빠져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접하는 투자 정보는 일본 해군의 암호처럼 애매모호하고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 많은 데다 꼭 필요한 내용인 매매와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믿을 수 있는 정보와 ‘맞으면 좋고 틀려도 그만’인 수준의 정보가 혼재돼 있어 개인투자자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애매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는 투자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혼란만 초래하는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제아무리 고급 정보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하고 투자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경험과 시간을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런 만큼 혼자 ‘공부’를 해 엄청난 양의 투자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정보를 제대로 해석할 역량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투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최근 각종 자문형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도 정보를 제대로 해석할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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