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못 해먹겠다"…'사오정' 바람 왜 부나 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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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부 시ㆍ군 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서 등에서 ‘사오정ㆍ오륙도’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계자 ‘김정은 라인’에 선 고위급 자녀들이 대거 간부로 배치되면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기존의 40~50대 간부들이 “못 해먹겠다”며 자진해서 그만두고 있다고 데일리NK가 21일 전했다.

평안도 한 소식통은 “최근 한 보위부 부서에 20~30대인 3명의 간부가 자리잡았고 일부 보안서에선 10명 중 5~6명이 30대일 정도”라며 “한창 근무할 나이인 40대 중반 이상의 간부들은 자신이 밀려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도 한 소식통도 “30대 초ㆍ중반이 시ㆍ군 보위부 부부장까지 하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보위부나 보안서 지도원에 배치되려면 최소 34세가 돼야 한다. 군사복무경력 10년에 사회노동경력 2년, 보위부ㆍ보안부 정치학교 3년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원에서 책임지도원→부과장→과장→부부장→부장까지 오르려면 50대나 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젊은 간부들이 ‘속성’으로 경력을 채운 뒤 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시ㆍ군 보위원과 보안원들의 불평이 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젊은 간부들이 배치돼 아버지ㆍ형님뻘 되는 사람에게 반말을 하고 깔보니 불만이 많다”며 “‘철없는 것들이 무슨 일을 하겠어’ ‘사회가 다 되긴 됐다’ ‘어린 것들에게 머리 숙이려고 하니 피가 솟고 괘씸하다’며 자진해서 옷을 벗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주요 간부에 대한 숙청과 세대교체를 통해 김정은 중심의 인적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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