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고는 작살로 고기 잡는 법 배우는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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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고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게 정보가 될 만한 글을 쓰자니 막막했다. 한일고는 상위 1%영재들이 가는 학교다. 처음엔 교육현장에서 봐온 영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했지만 무엇보다 한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간 선배 입을 통해 직접 경험담을 듣는 게 좋겠다 싶어 제자인 강성현(19·서울대 자유전공학과·사진)군을 만났다.

-언제부터 한일고를 목표로 공부했나.

“중3 초반이다. 처음엔 과학고를 준비했다. 수학과 과학과목 공부를 열심히 했고 내신관리도 했다. 그러나 사실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목표가 분명치도 않았고 적성에 맞는 게 뭔지도 잘 몰라 한일고를 선택했다. 문과냐 이과냐를 선택하는 고2때까지 시간을 벌어 보자는 생각으로 한일고를 지원하게 됐다.”

-입학한 후 느낌은.

“낯설었다. 처음엔 실력 있는 스타교사들이 학원처럼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정규수업 이후에는 밤늦게까지 자습시간만 이어졌다. 모르는 게 있어도 동료들끼리 해결했다. 심지어 교재선정도 친구들에게 물어 보고 결정했다. 1년이 지나고서야 스스로 공부하는 법에 익숙해졌다.”

-학교생활에 만족했나.

“3년 내내 ‘내가 여길 왜 왔나’ 후회했다. 많은 사람이 좋은 학교라고 말해 입학했다. 그러나 기숙사 사감 선생님의 엄격한 생활규제도 불만이었고 아이들끼리다 알아서 공부하니 선생님들도 별로 하는 일 없어 보였다.”

-실제로 선생님은 별로 하는 일이 없나.

“졸업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사실 중학교 때는 영어·수학·과학중심으로 공부하고 내신관리를 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한일고에서는 안 통하더라. 그물을 넓게 치고 고기가 잡히길 바라기보다 작살로 고기를 공격하는 방법을 선생님들에게 배웠다. 한일고 선생님들 역시 최고라 할만하다.”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는데.

“아직까지 내가 뭘 해야겠다는 목표를 정하지 못해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했다. 2학년 또는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그때까지 가능한 여러 학문과 다양한 경험들을 쌓도록 노력해 보고 신중하게 전공을 결정할 생각이다.”

-한일고를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일고 학생들은 잠 안자고 공부만 하는 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보통 평균 5시간30분 이상은 잔다. 선생님들도 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다만 개념을 확실히 파악해 응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학교이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이를 습관화한다면 3년 동안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단순히 한일고 입학에 목표를 두지 말고 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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