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조진호-오카 빅리그 진입 한.일 대결

중앙일보

입력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스프링캠프에서 조진호(25)와 오카 도모카쓰(24)의 한일 대결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가 LA 다저스에서 벌였던 경쟁이 선발투수로서 누가 더 많은 승수를 쌓느냐는 것이었다면 보스턴의 한국과 일본 투수끼리는 메이저리그 잔류를 놓고 벌이는 '생존 게임'이다.

보스턴의 투수진으로 볼 때 이번 스프링캠프에 나란히 메이저리그 정원 40명에 포함돼 참가한 조진호와 오카가 함께 개막전 엔트리 25명에 끼기는 어려운 실정.

그러나 둘 모두 마이너리그로 돌려보내기에는 보스턴 투수진이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보스턴 구단 안팎에서는 조진호나 오카 2명 가운데 1명은 메이저리그에 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조진호와 오카는 조 케리건 투수코치와 지미 윌리엄스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보스턴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에는 일본 기자들도 찾아와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뛰었던 이상훈과 함께 오카를 집중적으로 취재중이다.

훈련을 마치면 조진호는 한국 기자들에게 둘러싸이고 오카는 일본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진기한 광경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면서 뛰었다는 점이 공통점인 이들 둘의 기록상 성적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오카는 마이너리그 성적이 월등한 반면 조진호는 메이저리그 투구 성적이 오카에 앞서고 있다.

오카는 마이너리그에서 15승무패를 거둬 보스턴 구단 사상 마이너리그 성적이 가장 좋은 투수라는 기록을 남겼다.

조진호도 마이너리그에서 9승3패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오카에 비해 다소처진다.

반면 메이저리그 성적은 오카가 1승2패(방어율 6.23)로 조진호의 2승3패(방어율5.72)에 비해 좋지 않다.

특히 오카의 메이저리그 1승은 중간에 나서 운이 좋아 따낸 것일 뿐 선발로 나선 2경기에서는 마치 배팅볼 투수처럼 얻어맞았다.

미국 언론들은 오카에 대해 '10년에 한명이 나오기 어려운 마이너리그용 투수'라는 비아냥섞인 평가를 내린 것도 마이너리그 성적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메이저리그 성적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8경기 가운데 2경기만 선발로 뛴 오카와 달리 조진호는 9경기가운데 7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설만큼 그런대로 제몫을 해냈다.

오카가 다양한 변화구와 정확한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일본식 스타일인 반면 조진호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 등을 주무기로 삼는 미국식 투구를 지향한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케리건투수코치와 윌리엄스감독 모두 이들 둘의 신경전을 즐기고 있는 눈치다.

둘 사이의 경쟁 강도가 높아질수록 둘의 승부욕과 실력이 갈수록 좋아지기 때문이다.

공통점만큼 차이점도 큰 이들 한.일 젊은 투수들의 경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가 양국 메이저리그 팬들의 새로운 흥미거리로 등장한 셈이다. [포트마이어스<미국 플로리다주> =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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