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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무소식? 크낙새 어디에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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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탁 타다다닥…클락, 클락.”

 천연기념물 제197호인 크낙새(사진)가 나무를 쪼고 우는 소리다. 1970년대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과 남양주시 진접읍 일대의 광릉숲과 국립수목원에선 이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크낙새는 93년 한 쌍이 발견된 이후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18년이 지났다.

 환경부는 지난 15일 크낙새가 국내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멸종위기종 해제 후보로 지정했다. 1~2년 정도 추가조사를 한 후 전문가 자문기구인 ‘멸종 위기종 관리위원회’에서 멸종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1~2년 안에 크낙새의 멸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크낙새의 서식지였던 국립수목원 김용하 원장은 19일 기자와 만나 “크낙새가 광릉숲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93년 이후 18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생물의 멸종을 선언할 때 30년을 지켜본 후 결정하는 세계적인 기준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크낙새의 수명은 8~12년. 93년에 목격됐던 어미가 번식을 했어야만 크낙새가 광릉숲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일부에선 이미 서식 환경이 좋은 북한의 황해도 부근으로 옮겨갔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런데도 김 원장이 크낙새의 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먼저 14년째 진행 중인 국립수목원의 탐방객 제한 조치로 주변의 생태 환경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크낙새와 서식 환경이 비슷한 까막딱따구리(천연기념물 242호)의 개체수가 늘고 있다는 것도 반가운 현상이다.

 한편으론 크낙새를 인공적으로 증식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김 원장은 “북한에 서식하는 크낙새의 알을 반입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통일부·환경부·문화재청 등과 협의할 예정이다. 크낙새를 북한에선 “클락, 클락” 운다고 해서 ‘클락새’라고 부른다. 69년부터 황해북도 평산군과 황해남도 봉천군 일대를 크낙새 보호증식 및 보호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2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목원 측은 크낙새 알을 확보하면 습성이 비슷한 까막딱따구리 둥지에 알을 넣어 크낙새를 키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 봄 국립수목원에선 까막딱따구리 세 쌍이 번식을 시도해 4개의 알을 낳았다. 이 중 2개가 부화했고 최근 새끼가 둥지를 떠났다.  

포천=전익진 기자

◆크낙새=나무를 쪼는 딱따구릿과의 일종이다. 몸길이가 46㎝ 정도이며 하얀 깃털이 달린 배 부분을 제외하곤 온몸이 검은색이다. 수컷은 머리 위에 붉은 깃털이 나 있다. 5월에 3∼4개의 알을 낳아 14일 정도 품은 뒤 부화한 새끼를 26일 정도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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