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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아파트 리모델링? 재건축?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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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리모델링 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재건축이라뇨. 뭘 모르고 하는 얘기에요.”

“재건축하면 서울시에서 자연녹지 해지해주고 용적률 높여준다는데 재건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16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워커힐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입구는 시끌벅적했다. 재건축을 반대하는 주민 서명이 한창이었다. 반면 지상 주차장 한쪽에는 5명의 주민들이 모여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1970~80년대 명품 아파트로 이름을 높였던 워커힐 아파트가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주민들은 명품 아파트로서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 실속을 챙길 것인지 갈등하고 있다.

2003년 6월 리모델링 추진 결의 후 주민들의 소극적인 반응으로 주춤했던 리모델링은 지난해 정비업체 선정 후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최근 이 아파트가 재건축정비예정구역에 포함되면서 시끄러워졌다.

입주한지 30년이 넘은 이 아파트(1977년 12월 입주)는 2006년 재건축정비예정구역 협의대상구역이었다. 하지만 당시 리모델링이 한창 추진 중이었고 조합설립이 구체화하고 있어 주민들은 재건축을 외면했다.

무엇보다 토지용도가 걸림돌이었다. 2개 단지로 구분되는 이 아파트는 1단지(1~25동)는 2종일반주거지역이지만 2단지(51~53동)는 자연녹지지역이다. 자연녹지는 사실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이라 재건축시 층수 제한이 엄격하다. 여기에 기부채납 등도 해야 한다.

주민 이모씨는 “재건축이라는 게 층을 높게 지어서 가구수가 늘어나야 수익성이 있는 것인데 사실상 늘어날 수 있는 가구수가 없어 매력을 못 느꼈던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구청 "재건축시 자연녹지지역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

하지만 최근 광진구청이 주민들에게 재건축시 자연녹지지역을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겠다고 알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서울시가 주민들에게 제시한 재건축기본계획에 따르면 1단지 용적률은 190%로 최고 12층, 2단지는 50%를 적용 받아 최고 4층까지 지을 수 있다.

2단지가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면 최소 8개 층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최고 12층을 18층까지 높일 수 있도록 층수제한을 해제해주겠다고 추가로 제안하자 절반이 조금 넘는 주민들이 재건축정비예정지역에 포함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나머지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구가 제안한 용도변경과 층수제한 해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구에서 주민들에게 보낸 공람에 따르면 ‘향후 재건축 등 정비계획 수립시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변경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검토하겠다는 말만 믿고 섣불리 재건축을 할 수는 없다는 게 이들 주민의 입장이다. 용도변경이 되지 않으면 재건축을 해도 사실상 일반분양할 수 있는 물량이 없다. 현재 자연녹지인 51~53동 용적률은 103%다. 용도변경 없이 재건축을 하면 오히려 용적률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구가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명품 아파트로서 이미지 타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재건축을 하면 명품 아파트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전용 166~221㎡ 576가구로 이뤄진 대형 단지다. 조봉채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임대주택 짓고 소형이 들어오면 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흔한 아파트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운명은 안전진단 결과가 나와야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재건축 판정이나 유지보수 판정이 나오면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던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재건축 판정이 나와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지난해 정비업체 선정 이후 주민끼리 합심해서 리모델링이 잘 추진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광진구청이 끼어들어서 주민들간 분열만 일으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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