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국서 평검사 모임…경찰은 국회서 ‘궐기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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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오후 1시30분쯤부터 건장한 30~40대 경찰들이 삼삼오오 꼬리를 물고 회의실에 도착했다. 이곳에선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과 민주당 최인기 의원이 공동 개최한 ‘수사 현실의 법제화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500석 규모의 회의실이 금세 차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한 1500여 명은 회관 앞 잔디밭을 서성거렸다. 회관 주변에는 각 지역에서 경찰이 타고 온 대형버스가 줄줄이 늘어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기 위한 이 공청회는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는 경찰들의 궐기대회장이나 다름없었다. 한 경찰관은 “상부 지시가 내려와서 공청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검찰을 성토하고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경찰청을 소관부처로 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이인기 의원이 “경찰이 수사의 개시·진행을 하고, 검찰은 종료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도 오실 수 있었는데 못 왔지만 여러분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검찰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대구지검의 평검사 40여 명이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이들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조항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수석 검사 24명이 전날에 이어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검찰 지휘권을 축소하면 형사소송법 체계가 흔들리고, 수사권이 이원화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부산과 광주·창원·수원·인천지검 평검사들도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어 일선 검사들이 사실상 집단 행동을 하는 상황이다.

 실제 사개특위의 일부 위원은 “검찰과 경찰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압력을 받는다”고 호소한다. 한 위원은 “경찰 간부가 찾아와 ‘수사권 조정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면서 ‘경찰이 15만 명인데 내년 총선도 생각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위원은 “검찰 간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승현·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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