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집권 4년차, 부패가 국정 발목 잡아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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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중앙부처 감사관 오찬간담회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 37개 중앙부처 감사관들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김 총리는 “범국가적으로 비리를 정리할 때가 됐다”며 감찰 강화를 지시했다. 왼쪽부터 산림청 배정호, 통일부 김명영, 기상청 이충태, 해양경찰청 조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이상복, 김 총리. [뉴시스]


농촌진흥청 A과장(4급)은 정부 말고 또 다른 곳에서 매달 ‘생활비’ 명목의 돈을 받아왔다. 축산 관련 업체들이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A씨 부인 명의 통장에 돈을 입금시켜온 것이다. 2006~2008년 3년간 A씨가 받은 돈은 수천만원에 달했다.

 그의 이런 행적은 공직자에 대한 ‘암행감찰’을 전담하는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의해 탄로가 났다. A과장은 현재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A씨가 해당 업체의 청탁을 들어줬는지 수사 중이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지난 1∼5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직 비리 사례 60여 건을 적발했다. 국무총리실은 15일 그중 11건을 공개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국립서울과학기술대의 B교수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거짓으로 물품·용역 계약을 하는 것처럼 꾸미는 수법으로 연구비 수억원을 가로채 비자금을 만들었다. B교수 역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립기관의 경북 지역 소재 직원은 다른 기관의 공무원 등과 수시로 어울려 청사 사무실에서 카드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3년여 동안 평일 근무시간 중 ‘출장’ 핑계를 대고 골프를 치다 덜미가 잡힌 지방공무원들도 있었다.

 환경부의 A국장, B과장 등 직원 6명은 지난해 10월 28~29일(목·금요일) 제주도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주말까지 제주도에 남아 골프를 쳤다. A국장은 이틀간의 숙박비 40만원을 행사를 주관했던 한국환경관리공단이 지불하게 하기도 했다. A국장은 지난 4월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에서 공직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공무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어 고민 끝에 비리 사례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부패가 워낙 일상화·일반화하고 있어 공직사회에 이렇게라도 강력한 ‘경고’를 내릴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저축은행 사태에는 감사원 등 각 부처의 전·현직 공직자들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교통안전공단은 국고를 횡령해 수사 받고 있고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은 금품·향응을 제공받는 등 공직 부패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렇게 공직 부패 스캔들이 계속되다간 결국 ‘레임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걱정이다. 그래서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37개 중앙부처 감사관들을 삼청동 공관으로 불러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공직부패 현상을 강도 높게 질책했다.

 김 총리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 크고 작은 공직비리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양적 성장에 치중한 탓에 준법 의식이 낮고 부정직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회 전반이 총체적 비리를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사회가 먼저 매 맞고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총리는 “집권 4년차인 올해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성과를 거둬야 하는 중요한 한 해”라며 “공직 기강 문란으로 국정 운영에 차질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전면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중앙부처와 지자체·공기업·국공립 대학의 직무태만·인사청탁·금품수수 여부는 물론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줄을 서기 위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하는지도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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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제41대)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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