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교과서 속 이야기 신문에도 있네요] 광고로 설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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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흔히 ‘15초 경제학’이라고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해 상품을 사도록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는 귀에 쏙 들어오는 언어,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 등 다양한 설득 방법을 동원한다. 간결한 스토리텔링 기술과 색채감, 예술성 등 첨단을 걷는 전달 방식으로 인해 광고는 상품을 선전하는 수단인 동시에 사회문화를 반영하는 문화상품이 되기도 한다. 교과서에서는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설득 전략을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신문을 통해 광고의 표현법과 수용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이시혁 SKM&C 커뮤니케이션사업부문장이 말하는 ‘광고로 설득하기’

SKM&C 이시혁 커뮤니케이션사업부문장은 “광고인의 뛰어난 아이디어도 논리적 사고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TV 광고 한 편이 방영되는 시간은 단 15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갖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CM송, 화려한 그래픽, 최고의 인기 스타를 총동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제대로 만든 광고 한 편으로 제품 이미지가 좋아져 판매율이 급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단군 이래 최대 대박’이라 불린 ‘붉은 악마’ 광고를 만들어낸 SK마케팅앤컴퍼니 이시혁 커뮤니케이션사업부문장(50)에게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광고의 설득 전략에 대해 물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TV 광고가 짧은 시간에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비결은 뭔가.

“많은 사람이 광고에는 ‘빅 아이디어(big idea)’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치밀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갖춰야 한다. 제품 특징과 소비자 성향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는 어떤 광고도 성공할 수 없다. 광고 제작을 총괄하는 사람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부르는데 이들 역시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보다는 과학적이고 논리정연한 사고를 한다. 15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한 메시지를 완결된 이야기 구조 속에 녹여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력 없이는 감각적인 아이디어도 나올 수 없다.”

-좋은 광고란 어떤 것인가.

“소비자와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광고하려는 제품 속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잘 찾아내야 한다. 광고의 메시지가 소비자의 코드와 잘 맞아떨어지면 엄청난 파급력도 생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 광고가 좋은 예다. 당시 경쟁사였던 KT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선정돼 SK텔레콤은 월드컵과 연계해 어떤 이벤트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공식 후원사가 독점적인 지위를 갖는다. KT 외에는 ‘월드컵’ ‘피파’ ‘2002’ 등 월드컵을 암시하는 용어나 선수 이미지 등도 쓸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응원’이었다. SK텔레콤의 모델이었던 배우 한석규가 등장해 붉은 악마의 응원법을 가르쳐줬고, 거리 응원을 지원했다. 곳곳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열기를 더하는 식이었다. 결국 경쟁사의 10분의 1 정도 비용으로 몇 배의 수익을 올렸다. 또 한 기업이 광고를 통해 사회문화를 바꿀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냈다는 평도 들었다.”

-광고에는 많은 스타가 등장한다. 광고의 설득 전략 중 모델의 역할은 무엇인가.

“모델은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인기 스타를 선택하는 이유는 대개 그의 이미지와 제품의 이미지를 동일시하려는 전략에서다. 한석규가 등장한 월드컵 광고도 마찬가지다. 신뢰도가 높고 세대 관계없이 두루 호감을 얻고 있는 모델이라 그 광고 또한 대중적인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빅 모델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끌었던 ‘스무 살의 011 TTL’이라는 광고에는 무명이었던 임은경을 모델로 등장시켰다. SK텔레콤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고 싶어서였다. 당시만 해도 SK텔레콤은 중장년층이나 쓰는 고루한 이미지가 있었다. 20대 고객이 거의 없었다. 새로운 모델을 등장시켰고 광고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꿨다. TTL 광고 이후 SK텔레콤은 신선하고 감각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얻었다. 젊은 층 고객도 대폭 늘었다.”

-광고 표현 방식이 빠르게 변해 왔다. 과거와 현재의 광고를 비교해 달라.

“기존 광고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면 지금의 광고는 소비자와 소통하고 함께 즐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제품 정보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나 시트콤처럼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소비자와 제작자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최근 유튜브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쌍둥이의 옹알이 대화’를 광고에 차용한 것이 그런 예다. 이 광고가 만들어지기까지 에피소드가 있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튜브에 쌍둥이 영상을 올린 아이의 부모를 수소문해 연락을 취했다. 그들은 이미 세계 여기저기서 영상을 사용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의 제안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 광고 중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절묘하게 해석한 자막을 보더니 ‘너무 재미있다’며 동영상 사용을 흔쾌히 허락했다.”

-광고인을 꿈꾸는 청소년이 많다. 광고인의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광고란 창조의 연속이다. 틀에 박힌 생각,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고리타분한 사고의 범주를 넘어 언제나 새로운 것에 접근이 가능한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 창조 과정에 고통이 따르지만 그것을 즐길 줄 아는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중요하다. 독서와 여행을 포함해 음악감상과 문화공연 관람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창조의 밑거름이 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창조도 기존의 상식과 통념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만 찾으려 하지 말고 학교 공부 등 청소년이 해야 할 기본에 충실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일보 기사로 더 생각해 보세요

매체 발전 따라 달라지는 광고

독립신문 창간호 3면. 지면 상단의 3분의 2까지는 광고로, 하단은 우체시간표와 ‘잡보 계속’이라는 기사로 채워졌다. 광고는 ‘많이 있더라’로 마무리됐고 기사는 ‘간다더라’로 끝나는 식이었지만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나중에 지면의 하단으로 밀려난 광고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기사와 경쟁을 해야 했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등장한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한꺼번에 활용하는 게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와튼스쿨 인터랙티브 미디어연구소 공동 소장인 에릭 브래드쇼와 피터 페이더 교수의 연구가 이를 입증한다. 페이더 교수는 “소비자가 어떤 자동차의 인터넷 페이지를 클릭한 뒤 그 차를 산다고 해서 전적으로 인터넷 광고의 힘으로 볼 수 없다”며 “신뢰도 높은 여러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모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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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9일자 E15면 ‘집 나가면 개고생’

2010년 12월 27일자 33면 기사와 광고, 불편한 동거 100년

2010년 8월 1일자 26면 “광고 효과는 인터넷·신문·TV 합쳐 나온다”


광고의 생명은 아이디어

우리나라는 산업 규모로 봐서는 세계 10대 광고 대국이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생명인 광고 표현에 있어서는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유명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광고 제작 관행을 꼬집는 말이다. 광고는 아이디어의 독특함, 표현의 세련됨과 절제가 가미된 표현 방식을 사용해야 세계로 통할 수 있다. 상식과 통념을 뛰어넘는 기발한 발상, 창조적 아이디어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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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3일자 30면 레이디 가가에게 배우는 성공의 법칙

2011년 5월 25일자 W1면 아웃도어 의류 광고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2011년 5월 14일자 W6면 ‘잘 자! 내 꿈 꿔’의 광고쟁이 박웅현

2011년 4월 17일자 M8면 “평범한 것에서 전혀 다른 것을 끄집어내는 게 내 스타일”

2010년 9월 7일자 E7면 광고, 문학 작품을 비틀다

광고의 허와 실 파악하려면

광고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초등학교 시험 문제로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객관식 문제가 출제됐다. 답은 전화기였지만 상당수 아이들이 침대를 골랐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속 메시지가 뇌리에 깊이 박힌 탓이다. 최근에는 ‘피로는 간 때문이야’로 유명한 TV 광고가 있다. 한 전문의는 이 광고에 대해 “피로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간 질환이 아니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문제”라며 이 광고의 허점을 꼬집었다.

광고는 호감도 높은 모델이 등장해 시청각을 자극하며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비판적으로 허와 실을 따져보기보다는 무분별하게 수용할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광고 홍수 속에서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력을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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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8일자 22면 치킨도 소녀시대가 먹어야 잘 팔린다?

2011년 4월 17일자 15면 중앙SUNDAY ‘피로는 간 때문이야’ 광고의 허와 실

2011년 5월 15일자 10면 쇼핑도 예술도 종교도 뇌 비밀 풀어 해석하는 시대

이번 주 주제와 관련된 NIE 활동 이렇게

1. 오늘 자 신문에 게재된 광고 중 가장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광고라고 생각되는 것을 고르고 이유를 말해본다. 친구나 가족끼리 인기 투표를 거쳐 ‘베스트 광고’를 선정해도 좋다.

예> 우루사 광고: 건강한 이미지의 축구 선수 차두리가 “피로는 간 때문이야”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인기를 끌었다. 피곤함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간장약의 필요성을 인식해 제품 판매율도 크게 올랐다.

인상적인가★★★★★
특징적인가★★★★☆
순화적인가★★☆☆☆
공감가는가★★★★☆

생각대로T 초콜릿 캠페인: 백인 쌍둥이 아기가 옹알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 아래 실제 대화 내용을 해석한 양 자막이 배치돼 있다. 유튜브로 세계적 인기를 끈 UCC를 광고에 차용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인상적인가★★★★☆
특징적인가★★★★☆
순화적인가★★☆☆☆
공감가는가★★★★☆

2. 아래 기사를 읽고 앞으로 광고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한 뒤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할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때 어떤 옷, 어떤 제스처, 어떤 말을 해야만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인지 유권자들의 뇌활동 반응을 찍어 판단한 뒤 정교한 선거 전략을 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신경 선거전’을 치르기 위해 ‘선거 신경전’을 벌여왔다.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은 뇌공학이 경영학과 만나 경영 성과를 내는 데 이용하는 분야다. 소비자의 뇌 반응을 찍어 회사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고 제품 디자인·포장·디스플레이, 심지어 광고·홍보 전략을 짜는 데 이용한다. 2005년 클레몬트대 폴 착 교수팀은 ‘애착 형성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준다’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래에는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뿌리는 영업사원이 아파트 단지에 출몰해 가정주부의 지갑을 여는 사건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 중앙일보 2011년 5월 15일자 10면 쇼핑도 예술도 종교도 뇌 비밀 풀어 해석하는 시대

3. 최근 몇몇 유명인이 인터넷상의 악플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 문화 조성’ ‘악플 방지’ 등을 주제로 공익 광고를 제작해보자. 아래 주어진 질문에 답해 본 뒤 내용을 정하고 모델도 정해본다.

·광고의 주요 타깃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광고의 구체적인 내용은?
·적합한 모델은?
·광고를 통해 얻고 싶은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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