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병사가 군 지휘관 군기 잡는다…무너진 군 기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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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군대에서 상관의 명령을 어기면 영창행이다. 전쟁터라면 명령 불복종에 따른 총살형도 가능하다. 그만큼 군대의 위계질서는 엄격하다. 그런데 북한에선 병사가 군 지휘관의 ‘군기 잡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지난 2일 함경북도 회령시 유선 노동자구에서 국경경비대 소속 소대장이 병사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 이 소대장은 경비근무에 나간 일부 병사가 해당 구역을 이탈해 낮잠을 자자 이를 지적했다. 이에 병사들이 “피곤한데 잘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집단으로 항의했다. 소대장은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한 병사들에게 군법에 따른 처벌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병사들이 소대장을 구타한 것이다.

RFA는 “국경경비대 내에서 병사가 상관을 폭행하는 일이 자주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병사들이 화를 참지 못하는 이유는 식량난으로 제대로 보급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고된 노동 활동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 당국의 ‘군민일치’를 기치로 낮근무 비번땐 인근 지역의 논밭이나 협동농장에 나가 주민의 일손을 도와야 한다. 밤에 돌아와선 경비보초를 서야 한다. 한 소식통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병사들은 경비 초소에 나가면 총을 팽개치고 잠부터 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관을 폭행한 병사가 처벌받는 일은 드물다. 구타를 당한 지휘관이 창피해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구타 사실이 발각되면 탈영을 감행한다. 군 당국은 이들 탈영병을 ‘생활제대’시킨다. 군 생활 중 큰 잘못을 저지른 병사를 강제 제대시키는 처벌이다.

‘생활제대’ 딱지가 붙은 병사는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군 당국은 1회 탈영 시 무조건 생활제대시켰던 것과 달리 최근엔 6회 이상 탈영 시 생활제대를 시킨다고 한다. 그만큼 군대에 불만을 품고 탈영하는 병사가 많다는 반증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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