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오존주의보 … 4년 새 2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13일 오후 4시 서울 덕수궁 앞에 있는 대기오염 전광판의 오존(O3) 농도가 0.070ppm(시간당 대기환경 기준 0.1ppm)을 표시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돈 12일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서울 남동지역에 올해 처음으로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존(O3)농도가 주의보 발령 기준인 0.12ppm을 넘어 0.127ppm까지 상승했다. 수원·용인·여주 등 경기 지역에도 이날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존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이 태양 자외선과 반응해 만들어진다. 이날 수도권 지역의 한낮 기온이 올라가면서 자외선이 강해진 데다 바람까지 잔잔해 오존이 생성된 뒤 흩어지지 않고 공기 속에 쌓여 농도가 높아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는 날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06년에 전국적으로 22일이던 것이 2008년에는 32일, 2010년에는 44일로 늘었다. 미세먼지 등 다른 대기오염은 줄고 있는데 오존 오염은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미국의 ‘걱정하는 과학자 연맹(UCS)’은 최근 지구온난화가 오존 오염을 부추기고 피해를 가중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UCS는 미국 뉴욕시의 경우 하루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오존의 하루 최고 농도도 대부분 0.12ppm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UCS는 기온 상승과 오존 오염 악화로 병원을 찾는 미국 내 천식환자 수가 2020년에는 현재보다 연간 280만 명, 2050년에는 1180만 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20년 미국에서 기후변화와 오존 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가 연간 54억 달러(약 5조8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배현주 박사는 올 4월 KEI 연구성과보고회에서 “여름철 고온과 고농도의 오존에 동시에 노출되면 상승작용 탓에 사망위험이 훨씬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서울에서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할 때 기온이 28도 미만인 경우에는 호흡기계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하루 사망자가 0.89% 증가하지만 28도 이상일 경우에는 2.27%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28도 이상에서 오존이 0.01ppm 증가하면 하루 사망자가 2.95%나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 박사는 “온난화와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상청의 폭염주의보와 환경부의 오존주의보를 연계해 고령자 등 민감 집단에 대한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존은 강력한 산화제로 정수장에서 살균제로 쓰인다. 호흡기 계통의 세포를 파괴해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식물의 잎도 파괴한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