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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토기만 우르르…용천동굴엔 무슨 사연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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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제주 용천동굴에서 발굴된 통일신라 토기.

제주의 황홀한 지하세계, 용천동굴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권상열)은 개관 10주년과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등재 4주년을 기념해 기획특별전 ‘용천동굴의 신비’를 8월 21일까지 연다.

 용천동굴(천연기념물 466호)은 2005년 5월 도로 전신주 공사를 하던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현무암에 석회암이 녹아 흐른 흰 색이 뒤섞인 오묘한 자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절경으로 꼽힌다. 종유관·종유석과 석주·석순, 동굴산호와 동굴진주 등이 다양하게 발달했다. 총 길이 약 3.4㎞. 특이하게도 동굴 한가운데 대형호수가 있다. 40만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시대 토기와 철기가 동굴 바닥 곳곳에 널려 있었고, 누군가가 꽂아둔 횃불용 목재가 벽면을 타고 흘러내린 석회물을 뒤집어쓴 채 발견됐다.

 전시에선 토기·철기 등 용천동굴 내부에서 수습된 통일신라 시대의 다양한 고고학적 유물 70여 점을 전시한다. 동굴에서 발견된 멧돼지뼈도 복원 전시한다. 용천동굴을 비롯한 제주의 자연, 제주의 다른 용암동굴의 모습은 사진 자료로 공개한다.

 흥미롭게도 토기와 철기류의 연대를 조사해보니 8세기를 전후한 극히 제한된 시기에 한정됐다. 토기는 통일신라 한반도 서남부쪽 유형만 나왔다. 당대 제주에서 많이 사용했던 고내리식 토기는 한 점도 나오지 않았다. 제주 사람들도 잘 모르던 이 동굴을 당대 육지 사람들이 몰래 사용했던 것일까. 동굴 벽면에 쓰인 ‘火川’이란 글자가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아직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발굴된 토기류는 완형 복원돼 통일신라시대 다른 지역의 토기들과 비교 전시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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