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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talk ⑦ 디자이너 장광효의 매생이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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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저는 남도 끝자락에 있는 전남 강진 출신입니다. 학창 시절 고향을 뒤로하고 서울로 조기유학을 떠났지요.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기만 하면 어머니는 제가 서울에 다시 올라올 때까지 날마다 음식을 푸짐하게 해주셨어요. 어린 제가 어머니 품을 떠나 외지에서 사는 게 마음에 걸리셨던 것 같아요. 그때 어머니는 토하젓도 해주셨고 창난젓도 해주셨어요. 숭어 어란도 맛있었어요. 겨울엔 꼬막과 꼬막밥이 빠지지 않았지요.

 아무리 맛있는 된장이나 고추장이라고 해도, 시골에서 햇볕 받고 자연 숙성된 맛을 못 따라가듯이 강진 앞바다 청정해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는 강진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었죠. 거기에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이 합쳐져 있었으니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맛일 수밖에요.

 어머니가 해주셨던 고향 음식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 ‘매생이국’이었어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갈 때마다 수도 없이 ‘매생이국 먹어야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내려가곤 했지요. 매생이국이 목으로 넘어갈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재질과 달콤한 느낌이 너무 좋았거든요. 매생이국을 먹을 때는 마치 고급스러운 바다 향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세월 따라 입맛도 변하고 고유의 맛도 변하게 마련이지만 매생이국은 여전히 저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입니다.

 매생이국 만드는 방법도 알고 있어요. 제일 먼저 매생이를 체에 밭치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두어요. 그 다음 냄비에 물과 마른 새우, 다시마를 넣고 끓여요. 물이 끓기 시작하면 마른 새우와 다시마를 건져내 국물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다른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소고기를 넣고 볶다 고기가 익으면 미리 만들어 둔 국물과 통마늘을 함께 넣고 다시 펄펄 끓입니다. 씻어 둔 매생이를 끓는 국물에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면 맛있는 매생이국이 완성됩니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이지요. 서울에 살면서 어머니가 생각날 때면 시내 백화점에 가서 매생이를 사와 직접 끓여보곤 하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매생이가 흐물흐물 없어지고 맹물이 되어버리기 일쑤였거든요. 푹 끓이지 않고 더운물에 살짝 데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도 그 비결은 습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일 매생이국을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서울에서 혼자 살게 되면 쉬운 일이 아니죠. 외식을 자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자주 가는 단골집 중에서 ‘보리 굴비’를 파는 곳이 있어요. 보리 속에서 말려서 보리 굴비라고 부르는데, 고향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이지요. 지금은 서울에도 별미로 알려져 있지만, 저에게는 어머니가 떠오르는 음식입니다. 물론 매생이국이 가장 그렇지만요. 여러분도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음식 하나씩 있으시지요?

정리=손민호 기자

장광효는 … 1960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랑스 퐁탱블루 예술학교를 졸업했다. 1994년 한국인 최초로 프레타포르테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참가했고, 지난해 서울 패션위크 헌정디자이너 10인에 선정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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