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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가 청바지 입고 다니는 댈러스, 31년 만에 첫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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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 마크 큐반(맨 앞줄 가운데)이 팀의 창단 첫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뻐하고 있다. 큐반은 그동안 각종 독설로 벌금을 물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내가 입을 다물면 팀이 이기더라”며 침묵을 지켰다. [마이애미 로이터=뉴시스]


댈러스 매버릭스가 창단 31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댈러스는 13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7전4선승제) 원정 6차전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105-95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했다. 1980년 창단 후 첫 우승이다.

 파이널 최우수선수(MVP)는 독일 출신의 디르크 노비츠키(31·댈러스)에게 돌아갔다. 노비츠키는 파이널 1차전에서 손가락 인대를 다쳤고, 이후 고열을 동반한 독감에 걸렸지만 승부처마다 맹활약했다.

MVP로 뽑힌 노비츠키가 우승컵인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들고 있다. [마이애미 로이터=뉴시스]

 댈러스를 대표하는 인물은 또 있다. ‘괴짜 구단주’ 마크 큐반(53)이다. 큐반은 지난 2000년 댈러스를 인수한 뒤 각종 기행으로 가십난을 장식했다. 농구광 큐반은 80년대 세일즈맨으로 일하면서 대학농구 경기 중계를 마음대로 볼 수 없는 게 답답해 인터넷 방송망 ‘오디오넷’을 개발한 후 억만장자가 됐다. 현재는 각종 방송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부자 순위 459위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사업가 도널드 카터가 80년에 창단한 후 96년 로스 페로 주니어에게 매각했고, 2000년 큐반이 다시 사들였다. 큐반은 구단주가 된 후에도 티셔츠와 청바지의 허름한 복장을 하고서 극성 팬처럼 요란하게 경기를 봤다. 큐반이 댈러스를 인수할 때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던 페로 주니어가 “괴상한 복장을 한 큐반에게 구단을 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을 정도다.

 큐반의 기행은 다양했다. 2009년 경기 도중 상대 선수가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했다며 코트에 난입해 소리를 질렀다가 벌금 2만5000달러(약 2700만원)를 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LA 레이커스의 필 잭슨 감독과는 5년 전 인신공격성 공개 설전을 벌였다. 파이널 상대인 마이애미의 르브론 제임스 때문에도 벌금을 냈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제임스를 가리켜 “누구나 제임스에게 관심이 있다. 재계약 후 트레이드해도 된다”면서 FA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공개 발언을 했다가 벌금 10만 달러(약 1억850만원)를 냈다. 그가 지금까지 낸 벌금은 100만 달러(약 10억8500만원)가 넘는다.

 행동은 괴상해도 투자는 과감했다. 큐반은 노비츠키와 세 차례 계약을 연장하는 등 과감하게 선수를 영입해 만년 하위팀을 강팀으로 바꿨다. 2005~2006 시즌 댈러스가 파이널에 오르자 2만여 명의 관중에게 공짜 항공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큐반의 ‘묵언수행’이 화제였다. 큐반은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채 논란이 될 만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승 후에도 조용했다. 우승 트로피는 댈러스의 초대 구단주 카터가 받았다. 카터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큐반은 경기를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고 있다. 내가 늘 바라왔던 구단주”라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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