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윤동주, 그 위에 백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오늘 우리 시인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시집은 어떤 것일까. 우리네 정서를 가장 오롯이 드러냈다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아닐까. 해마다 독자가 뽑은 애송시 1위에 오르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어떨까.

답은 다소 의외로 백석(사진)의 '사슴'(1936년)이었다. 30년대 조선 시단을 대표하던, 평북 방언만으로 시를 묶어냈던, 그러나 분단의 세월 동안 잊혀 지내다 최근에야 해금된 토속시인 백석의 유일한 시집이었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여름호는 시인 1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우리 시대 시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5권의 시집'을 선정.발표했다. 12명의 추천으로 1위에 오른 '사슴'에 이어 '거대한 뿌리'(김수영, 74년.10명 추천), '정지용 시집'(정지용, 35년.9명),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이성복, 80년.8명), '화사집'(서정주, 41년.6명)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시인별로는 서정주.정지용 시인이 14명의 추천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김인환 고려대 교수는 "기존 문학에 낯선 이미지를 시 속에 끌어들여 식민지 생활의 지리멸렬함을 암시한 백석 시인의 시세계는 모험을 찾아 떠나는 최근 우리 시인들의 경향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