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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출혈성 대장균, 70도 이상서 음식 가열하면 파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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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15면

5월 초 독일에서 시작된 장출혈성 대장균 유행이 유럽 각국으로 퍼지면서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독일 여행을 다녀온 4명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환자로 확진되면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대장균은 정상적인 인체나 동물의 대장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며 대부분은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혈청형을 갖는 대장균은 장염을 유발하는데 이를 ‘병원성 대장균’이라 부른다.

병원성 대장균은 혈청형 O항원과 H항원에 의해 분리되는데 O항원은 현재까지 173종류가 발견되었고 H항원은 60여 종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O항원과 H항원을 조합하여 계산하면 2000여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병원성 대장균 중에서도 O157:H7은 장출혈성 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원체다. O157에서 ‘O’는 숫자가 아니라 영어 알파벳이며 ‘공일오칠’이 아닌 ‘오일오칠’로 읽어야 한다. 이 대장균은 1982년 미국에서 처음 신종 병원체로 발견되었는데, 대장균의 혈청형 ‘O’형 중 157번째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O157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들 계열의 대장균이 유명한 것은 단순히 혈변을 동반한 설사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독소를 생산하고 이 독소가 전신에 퍼지면서 적혈구가 깨지는 용혈성 빈혈, 신장의 손상을 유발하여 신부전, 그리고 중추신경계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을 제1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2003년과 2004년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매년 40∼50건씩 보고되고 있는 낯설지 않은 질환이다.

그런데 현재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장출혈성 대장균은 O104:H4형으로 이전에는 집단 발병을 하지 않던 세균이다. 현재 유럽에서 유행하는 O104 대장균 감염은 용혈성 빈혈, 신부전 등의 합병증 발생이 30%로 O157보다 더 높고, 대부분 성인에게 발생한다. 주로 5세 미만 소아에서 발생하는 O157과 다른 특성이다. 지난 한 달여간 유럽에서 1670여 명의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환자가 발생하여 20여 명이 사망해 1%가 넘는 사망률을 보이는데 이는 통상적인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에 비해 세 배나 높은 것이다. 그러나 O104 대장균도 2004년 이후 국내에서도 수차례 감염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우리에게 완전히 생소한 세균은 아니다.

O104 대장균은 각종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퍼박테리아’로까지 불리고 있다. 그러나 O104 대장균을 수퍼 박테리아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O104 대장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인다고 해도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어차피 항생제를 써서는 안 되는 병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항생제를 사용하면 O104 대장균은 더 많은 독소를 내뿜을 뿐 아니라 장내의 건강한 다른 균들마저 사멸시켜서 O104 대장균이 더욱 번창할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면 용혈, 신부전의 합병증이 오히려 더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으로 설사를 하게 돼도 장운동을 억제하는 지사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지사제도 세균과 독소의 배출을 지연시켜 오히려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식재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청결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음식물을 70도 이상 가열하면 장출혈성 대장균을 파괴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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