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네타 “주한미군 기지 이전 재검토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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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리언 패네타(Leon Panetta·63·현 CIA 국장·사진) 미국 국방장관 내정자가 주한미군을 포함한 동아시아 미군 기지 재편 계획의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9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의 장관 인준 청문회 자리에서다.

 패네타는 이날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미군 기지 재편 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상원의원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최선의 방안이며 비용을 가장 많이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인지를 찾으려 하는 레빈 위원장, 매케인·웹 의원 등과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가 미국에 매우 중요한 전략요충지라는 입장에 동의하며 그 지역에 미군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와 함께 해결하고 검토해야 할 많은 현안이 있다”고 말했다.

 패네타의 답변에 앞서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현재의 동아시아 미군 기지 재편 계획은 현실적이지 않으며, 실현될 수 없고, 실행할 형편도 못 된다”며 패네타에게 미군 기지 재편 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의 이전 계획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미 의회 회계감사국(GAO)의 최근 보고서까지 거론했다. 이에 앞서 레빈 위원장은 공화당 존 매케인, 민주당 짐 웹 상원의원 등 군사위 소속 유력 의원들과 함께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와 오키나와·괌 미군 기지 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처럼 미 의회가 동아시아 주둔 미군 기지 이전의 재검토를 촉구하고 패네타 내정자가 이에 대한 검토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이 문제가 관련국 간 의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간에 이미 합의된 평택 미군 기지의 이전과 관련해 미국 측이 한국 측에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패네타는 미 행정부 내에서 예산 전문가로 통한다.

 패네타의 발언은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현 국방장관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게이츠는 최근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 움직임에도 현재의 아시아 주둔 미군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네타는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이 직면할 다음번 진주만(공습)은 우리의 전력·안보·금융·정부 시스템을 망가뜨릴 사이버 공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오늘날 세계에서 정말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며 “이에 공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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