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컴퓨터 연결 사생활 감시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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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3시 서울 금천구 A전자 공장. 10여 명의 직원들이 천장에 달린 3대의 카메라에 감시를 받으며 제품 검사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의 본사 사옥 회의실·사장실 등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는 공장 상황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B컴퓨터의 교육센터에선 30개 강의장에서 공부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이 강사진들의 컴퓨터 화면에 잡히고 있었다. 교육센터측이 공부 외에 게임·채팅 등을 하는 수강생들을 적발하기 위해 새로운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최근 인터넷과 폐쇄회로(CC) TV가 결합된 디지털 폐쇄회로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장-카메라-디지털저장장치-인터넷망-서버-인터넷망-PC단말기로 연결되는 신종 CCTV 시스템은 시간·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특징. 해외 공장의 상황도 인터넷에 연결하면 서울에서 감시할 수 있다.

또 PC 단말기를 가진 수백, 수천 명이 폐쇄회로 TV가 설치된 지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24시간 내내 볼 수 있어 감시·보안 장치에도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몰래카메라나 인권 침해 등 기존 CCTV의 부작용도 그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선 현재 이 시스템이 공장·은행·소년원·할인매장 등 5백여 곳에 설치돼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디지털 CCTV업체 한 관계자는 "올 1월에만 지방 공장을 가진 제조업체 10여 곳에서 작업장 감독·감시를 위해 설치를 의뢰해 왔다"고 말했다.

이 장비가 설치된 공장 직원 金모(21) 씨는 "처음 6개월 간은 본사에서 언제 어느 순간 자신을 관찰할지 몰라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사 DBS코리아의 남종우(30) 사장은 "미국에서는 이 같은 기술적 유용성의 사생활 침해 여부가 이미 사회 문제가 됐다"며 "보안·생산성 향상도 좋지만 폐해를 줄일 대책 마련이 기급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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