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조주선과 가수 최연제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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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조주선(28)은 국악의 대중화를 표방하고있는 신세대 소리꾼.전남 목포 태생으로 어릴 적부터 한국무용과 가야금을 익히다 중학교 3년때 판소리를 시작했다. 이후 한양대 국악과와 대학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면서 국립국악원 전국국악경연대회 대상과 남원춘향제 전국 판소리경연대회 일반부 장원 등을 수상했으며, 문화홍보사절단으로 해외 5개국 순회공연을 갖는 등의 경력을 쌓았다.

중요무형문화재〈심청가〉이수자로 지난 90년대초부터 국악실내악단 '오느름'멤버로도 활동하며 무대와 TV 등을 통해 국악 대중화에 힘써왔다. 조주선의 국악 대중화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가수 최연제(29) 지난 93년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뮤지컬〈하늘에 묻어버린 노래〉에 함께 출연한 것이 둘의 인연을 맺어준 계기가 됐다.

당시 조주선의 국악가요 소리에 반한 최연제는 서울 동부이촌동 친정집 등지에서 그로부터 판소리를 익혔으며, 최연제가 지난 96년 재미교포 의사와의 결혼과 함께 가수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들어간 뒤에도 둘의 관계는 친 자매 이상으로 두터워만 갔다.

최근 세계 메이저 음반사 EMI가 세계민속음악을 소개하는 '헤미스피어'시리즈로 국내에 선보인 조주선의 데뷔앨범 〈가베〉도 이들의 연연이 맺어낸 결실.

"지난해 6월 연제 언니가 판소리 음반을 내자고 제의해 왔어요. 언니라면 모든걸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요". 최연제의 제의를 수락한 조주선은 바로 곡목 선정에 들어갔으며, 지난 97년 남편과 함께 '신토닉(Syntonic)'이란 음반제작사를 세운 최연제는 레코딩 프로듀서로 변신, 지난해 말 서울에서 녹음작업을 마쳤다.

"당초 실험음악을 담을 계획도 있었지만 첫 음반인 만큼 〈사철가〉와 〈춘향가〉중 '쑥대머리', 〈심청가〉중 '심봉사 물에 빠지는 대목' 등 전통 판소리 7곡을실었다"는 게 조주선의 설명.
또 판소리의 생동감과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 대신 소리의 호흡까지도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녹음방식을 고집했다 한다.

2집부터는 동·서양 악기와 소리가 한 데 어우러지는 '실험음악' 앨범을 내는 동시에 전통음악 음반도 3∼5년마다 계속 발표한다는 게 이들의 구상. 최연제와 조주연은 또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 연주자들과의 협연무대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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