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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감면' 남발 문제점] 충분한 협의없이 약속

중앙일보

입력

재정경제부는 매년 이맘때면 한해동안 추진할 세제개편의 큰 틀을 내놓는다.
지난해에는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의 폐지 ^금융소득종합과세 부활 ^특별소비세 개편 등의 세제개혁 방안을 제시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올해는 세제의 큰 줄기를 가다듬는 대책은 없는 대신 세세한 분야에 세금을 깍아주는 조세지원대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예년의 경우 이런 세부 방안은 5∼6월께 나오는 게 보통이었다.이처럼 발표시기나 성격 때문에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정부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재경부 뿐 아니다.산업자원부·노동부·건설교통부 등 다른 부처들도 덩달아 재경부와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고 세금을 깍아주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다.

◇이유는 있지만 효과가 문제=이런 정책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개인의 불우이웃돕기 등 각종 기부행위에 소득공제폭을 확대하거나,근로자들의 대학원 학비를 소득공제 대상에 새로 포함시킨 것 등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별반 실효성도 없으면서 조세체계만 복잡하게 하는 것들이란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저소득 노인·장애자 등을 위한 비과세저축의 신설이다.최명근(崔明根)경희대 교수는 “저소득층이 과연 저축할 돈은 있으며,정부의 세제지원 내용을 제대로 알고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자칫 여유계층에 또하나의 세금회피 수단을 제공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일단 한쪽에 세제혜택을 주기로 해놓고 보니 형평성 때문에 다른쪽도 봐주지 않을 수 없는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재경부는 비과세 근로자우대저축의 폐지시한을 올 연말에서 2002년말로 연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그러다 보니 똑같은 비과세 상품인 농어가목돈마련저축과 농협·신협·새마을금고의 예탁금에 대한 비과세혜택도 연장이 불가피해 졌다.올해말로 비과세저축을 없애겠다던 계획은 무산된 셈이다.

중소형 주택을 살 때 주택저당대출금 이자를 소득공제해 주겠다고 발표했는데,전세금 대출의 이자는 어떻게 해야할지 골치를 앓고 있다.

◇전문가 진단=세제를 간소화해 거둘 세금은 거두되,정부가 재정을 통해 소외계층을 직접 돕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진권(玄鎭權)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재분배를 위해선 세금은 엄정하게 걷되 재정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주택저당대출 이자를 소득공제 해주는 것보다는 정부가 임대주택을 지어 값싸게 저소득층에 공급하는 것이 나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황진우(黃鎭宇)한화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금감면은 비슷한 계층에 고르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지 납세자들이 뭐가뭔지 모를 정도로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 국한되는 감면정책을 남발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명근 교수는 “지난해 바꾼 세법들이 시행에 들어간지 두달도 안되 정부가 다시 세금감면 계획을 줄줄이 내놓아 혼란스럽다”면서 “정부가 지난해 세제개혁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목적세 폐지 등 세금체계 간소화에 노력해주길 바랐는데,거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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