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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콩국수 9500원 … 돈가스 1만1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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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이현진(37)씨는 최근 콩국수로 유명한 진주회관(서울 서소문동)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콩국수값이 9500원이었던 것이다. 진주회관은 지난 3월 여름 메뉴인 콩국수 판매를 재개하면서 가격을 1000원 올렸다. 이씨는 “3년간 동결됐던 월급은 지난해 겨우 4%가량 올랐는데 음식값은 오를 때마다 10~15%씩 오른다. 마음 편하게 밥 먹기도 힘든 세상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시내 식당가 밥값이 일제히 오르면서 ‘점심값 1만원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5000원짜리 메뉴는 메뉴판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1만원이 넘는 메뉴는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본지가 서울 시내 20곳의 식당 주요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 2곳을 제외한 모든 식당이 지난해 10월~올해 4월 사이 가격을 500~1000원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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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으로 이름난 식당들은 최근 가격 인상으로 단품 메뉴 값이 1만원을 넘긴 곳도 많았다. 냉면으로 유명한 우래옥(주교동)의 경우 1만원 하던 물냉면 가격이 1만1000원으로 올랐고 강서면옥(서소문동)의 물냉면은 500원 올라 1만원이 됐다. 명동돈가스(명동1가)의 로스가스와 히레가스는 1만1000원으로 2000원 인상됐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재래시장 내 식당에서도 메뉴 가격을 올렸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10년 넘게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60)씨는 “마진을 줄여 값을 낮추는 대신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남겼는데 구제역으로 돼지고기값이 워낙 올라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격이 오르지 않은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광화문 인근의 송백식당에선 부대찌개가 1인분에 6000원이다. 가격만 올리지 않은 게 아니라 밥과 라면을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식사 시간이 아니어도 늘 붐빈다. 식당을 운영하는 양국자(70)씨는 “가게를 분양받아 입주해서 임대료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 밀가루·계란 등 식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 메뉴 가격을 인상하는 식당 주인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화문 인근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물가가 오르면서 사람들의 씀씀이가 줄어 매출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임대료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재료값까지 뛰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1만원대의 점심값을 견디기 힘든 직장인들이 결국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면서 점심시간대 사무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최모(25)씨도 석 달 전부터 도시락을 갖고 다닌다. 최씨는 “한 달 월급이 150만원이 채 안 되는데 점심값으로 30만원가량을 쓰는 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명동 인근의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김지윤(28)씨는 “동료들과 점심을 사 먹으면 커피까지 마시게 돼 지출이 커진다”며 “돈도 아끼고 다이어트도 할 겸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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