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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수들, 강의 안 하는 방학 석 달은 봉급 못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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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킹맨 청 교수

킹맨 청 대만 국립 칭화(淸華)대 교수는 2008년부터 국내의 한 사립대 물리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 대만의 교수 시스템을 종종 비교하게 된다. 그는 “칭화대에서는 테뉴어(정년 보장)를 받은 정교수조차 5년에 한 번씩 강의와 연구 실적을 평가받는다” 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정년만 보장받으면 이런 평가와 무관한 게 현실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 교수들도 팍팍한 교수 평가 체계에 혀를 내두른다. 홍콩 폴리테크닉대(홍콩이공대) 이윤석(화학과) 교수는 “실적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교수들은 임용 후 5년 내 결혼하기가 힘들다”며 “강의와 연구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개인 생활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주립대 경영학과 김동균 교수는 미국 교수들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공부한다”며 “테뉴어를 따고도 연구나 강의 실적이 좋지 못하면 정교수로 승진이 안 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강의를 안 하는 방학이나 학기 중이나 같은 월급을 받는 한국 교수들의 봉급 시스템도 외국 교수들에겐 놀라운 일이다.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스티븐 올슨 하와이대 교수는 “강의를 안 하는 방학 기간은 봉급이 없는 게 미국 대학 교수들의 일반적인 현실”이라며 “방학 중에 별도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거나 계절학기 강의를 하지 않는다면 봉급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 교수들의 연봉 책정은 12개월 기준이 아닌 9개월(방학 3개월 제외)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미국 유명 대학들의 실적 평가와 이에 따른 연봉 책정 과정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텍사스 테크(Texas Tech)대에서는 매년 실적평가위원회(merit committee)가 열린다. 6명의 교수로 구성된 위원회는 경영대 교수 100여 명의 논문 게재 현황이나 국제 학회 참가 실적, 강의 등을 평가해 1~6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을 받은 교수는 연봉이 6.8% 인상되고, 6등급을 받으면 동결된다. 이 학교에서 테뉴어를 받으려면 임용 후 5년간 평가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탈락하면 다른 대학에서 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산업과 연관된 연구 성과가 뛰어나거나 학생이 많아 등록금을 많이 거둬들이는 학과일수록 교수 임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홍준(팀장)·김성탁·박수련·윤석만·강신후·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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