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style ② 여름 구두 로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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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여름에 단 하나의 구두를 신어야 한다면 그건 ‘로퍼’여야 한다. 로퍼는 끈이 없는 신발을 말한다. 정장 구두의 기본인 ‘옥스퍼드 구두’와 달리 발 모양에 맞춰 끈을 조이거나 푸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신고 벗을 때 편하다.

그래서 주로 주말용 또는 휴가철 리조트용 신발로 분류됐다. 그런데 요즘은 여름철에 일상에서도 로퍼를 신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롤업 팬츠가 유행하면서다. 바짓단을 복숭아 뼈 위까지 돌돌 말아 입는 롤업 팬츠를 입었을 때 가장 빛나 보이는 신발이 바로 로퍼다.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을 한층 더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롤업 팬츠에는 스니커즈도 어울린다. 하지만, 좀 더 세련되고 어른스러운 멋쟁이로 보이려면 역시 로퍼다.

로퍼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발등 면에 얇게 한 줄의 가죽 줄이 덧대어진 것이 ‘페니로퍼(사진1)’다. 1950년대 미국의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가죽 밴드 사이에 1페니를 꽂고 다니면 행운이 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폭발적 인기를 끈 것이 ‘페니로퍼’의 출발이다. 다른 하나는 발등에 짧고 귀여운 술(태슬)이 달려 있는 ‘태슬로퍼’다. 요즘은 술 대신 리본이나 자수장식이 들어간 제품도 많이 눈에 띈다(사진2).

종류야 어찌 됐든 로퍼를 신을 때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맨발로 신을 것, 바지는 롤업 팬츠 형태일 것. 정장용 구두와 달리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강한 신발이라 차림새도 그 느낌을 살려 신는 게 중요하다. 물론 가죽으로 된 신발을 맨발로 오래 신고 있으면 땀이 찬다. 때문에 요즘은 덧버선처럼 생긴 양말을 함께 신기도 한다. 단, 신발을 신었을 때 양말이 밖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진짜 스웨이드 소재의 로퍼라면 맨발로 신어도 땀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양말을 신을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로퍼는 굽이 없다. 때문에 바짓단이 발등까지 덮도록 두면 다리가 짧아 보인다. 이때 바짓단을 살짝 말아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가장 적당한 길이는 복사뼈가 살짝 보이는 정도다.

바지 색깔과는 동일 계열의 것으로 맞추는 게 보기 좋다. 또는 바지 색깔보다 약간 짙은 것이 어울린다. 여름에 많이 입는 치노 팬츠(뻣뻣한 면 소재의 바지)는 주로 베이지·아이보리·카키색이다. 이때 갈색 로퍼를 신으면 지적이면서도 여유 있어 보인다. 청바지나 화려한 색상의 바지를 입을 때는 흰색 또는 아예 튀는 색깔의 오렌지, 보라색도 어울린다.

그런데 로퍼를 비즈니스 복장에 신어도 될까? 클래식한 슈트 차림이라면 그건 좀 곤란하다. 하지만, 여름용 소재인 시어서커 또는 면 재킷과 바지 차림이라면 로퍼를 신어도 실례가 아니다.

로퍼를 신을 때 정말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지와 신발 사이, 그러니까 발목 부분의 피부 상태다. 여성이 샌들을 신으면서 발뒤꿈치 각질 관리에 신경 쓰듯, 남성들도 로퍼를 신을 때는 발목 부분에 허옇게 각질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고 보디로션을 발라줘야 한다.

서정민 기자, 도움말·촬영협조=루이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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