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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식 시장경제’ 우말라, 페루 대선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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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 후보(왼쪽)가 5일(현지시간) 수도 리마 도심 광장에서 부인 나딘 헤레디아와 함께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육군 중령 출신의 우말라는 이날 열린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게이코 후지모리 상원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리마 로이터=뉴시스]

게이코 후지모리

5일(현지시간) 치러진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좌파 진영의 오얀타 우말라(Ollanta Humala·49) 후보가 승리했다. 우말라의 당선으로 페루에선 1975년 이후 36년 만에 좌파 정부가 들어선다. 나아가 남미에선 칠레와 콜롬비아를 제외하고 모두 좌파가 정권을 장악하게 됐다.

선거 유세 동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66) 전 브라질 대통령을 역할 모델로 내세운 우말라의 승리는 남미에서 중도좌파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룰라의 실용 좌파 노선은 남미를 휩쓸고 있다. 룰라의 뒤를 이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모두 시장 친화적 성격을 가미한 중도좌파다.

 6일 페루 대선 결선 투표에서 우말라는 51.5%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36) 상원의원(48.5%)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우말라는 5일 밤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지지자들에게 “페루인이 바라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모두 이뤄 내겠다”고 말했다. 다소 풀이 죽은 후지모리는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대로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육군 중령 출신의 우말라는 2000년 10월 후지모리 당시 대통령에 대항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해 도피생활을 했다. 후지모리 퇴진 후인 이듬해 의회에서 사면·복권됐다. 2004년 12월부터 5개월간 한국 주재 페루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하며 한국의 경제발전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수년간 한국 인사들을 만나선 한국과 인연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좌파 성향으로 2006년 대선에 나섰지만 당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회주의 노선을 내세우다 알란 가르시아 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번엔 룰라의 시장친화적 중도좌파 노선을 모델로 내세우며 중산층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힘썼다. 하지만 외국 광산업체에 초과이득세를 거두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의 좌파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경제·사회 정책이 현 정부보다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어 최근까지 계속돼온 페루의 경제 성장에 지장을 줄 것이란 우려도 하고 있다.

 후지모리 의원은 부패·인권 남용죄로 감옥에 갇힌 아버지의 그늘을 유권자들에게서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대통령에 당선돼도 아버지를 사면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정치적으로 선을 긋는 전략을 폈으나 힘에 부쳤다. 그는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집권 여당 후보를 제치고 우말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결선 투표 직전 여론조사에선 1위에 오르며 페루의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를 거란 기대를 받기도 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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