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사이버테러 반응과 대책-벨기에 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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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언론들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연쇄 해킹 사건이 인터넷과 이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는 신경제 질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르 수아르와 라 리브르 벨지크 등 주요 신문들은 야후 등 유명 웹사이트가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몇시간씩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최근 사건들을 잇따라 보도하면서 이 사건이 전자 상거래와 인터넷 보급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이들은 해킹이 인터넷에서 일상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컴퓨터 보안이 철저한 유명 사이트들이 연쇄적으로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다운됐는 데도 범인이 잡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하고 이번 사태는 여느때와 달리 인터넷 체제의 취약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이 미국에 비해 크게 뒤진 인터넷이나 전자 상거래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참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인터넷 체제의 안전성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유럽의 발전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나 관계 당국은 오랜 통신 독점의 폐습으로 남아 있는 비싼 전화 요금과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통신서비스 외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에 대한 보이지 않는 거부감으로 더 두고 보자는 사회 심리적 분위기 마저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미칠 부정적 영향에 우려하고 있다.

이와관련 벨기에의 통신보안클럽 회장인 뤽 골베르는 11일 르수아르와의 회견에서 각국이 컴퓨터 통신의 안전성을 확보할 효율적인 입법 조치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여러 나라들이 모여있는 유럽은 미연방수사국(FBI)같은 강력한 통괄 수사기구가 없고 각국 간 사이버 범죄 대책 공조 체제도 아직 원활하지 않아 미국 보다도 훨씬 해킹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올들어 새 집행위가 출범하면서 유럽의 정보화 사회 정책 추진을 선언한 유럽연합(EU)도 이번 사태가 "전자 상거래와 관련된 안전성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고 지적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U집행위는 정보화 사회추진을 위해 소비자들의 신뢰와 이를 뒷받침할 통신의 안전성이 필수적이라고 거듭 말하고 다음달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열리는 특별 EU정상회담에서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행위는 특히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들의 효율적 보안조치 필요성과 이를 뒷받침할 최신 통신기술의 확보에 초점을 맞춰 사이버 범죄에 대한 EU차원의 대책안을 올여름 이전에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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