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서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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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02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저는 세 가지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는 머리를 거의 스님처럼 빡빡 깎은 데서 오는 허전함이요, 두 번째는 챙 모자에 호크를 잠그는 검정 교복을 사와서 입어보았을 때의 엄숙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대형서점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경이로움이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사촌누이는 참고서를 사주겠다며 저를 종로서적으로 불러냈죠. 동네 책방이나 문구점만 드나들다가 처음으로 들어가 본 대형서점. 세상에 그렇게 책들이 많은 곳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환한 전등불 밑에 층층이 모두 책, 책, 책-.

‘완전정복’ 시리즈가 좋을까 ‘필승’시리즈가 나을까 고민하던 그날 이후 종로서적은 까까머리 중학생을 문자향의 세상으로 이끄는 거대한 문이었습니다.

국내 대형서점을 대표하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개점 30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에 문득 옛 생각이 났습니다. 1981년 6월 1일 문을 연 교보문고 역시 자주 ‘놀러가던’ 곳이었지요. 이제는 연간 1500만 명이 연 1000만 권의 책을 구입하는, 대표적인 문화명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걱정이 수시로 미디어를 장식하지만, 그래도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꾸준합니다. 책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인류의 DNA이기 때문이지요. 먹고살기 위해,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즐겁고 보람을 느끼기 위해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곳은 그래도 서점만 한 곳이 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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