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추행 여대생에게 약물투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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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려대 의대 남학생 3명이 동료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3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이 대학 의대 남학생 3명은 동기 여학생 A씨와 지난달 21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으로 여행을 가 민박집을 잡고 술을 마셨다.

이들 남학생은 함께 술을 마시던 A씨가 잠들자 옷을 벗기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또 휴대전화를 이용해 추행 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다음 날 경찰과 여성가족부 성폭력상담소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학교 상담센터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다.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이 추행뿐 아니라 성폭행까지 당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가해자들을 반드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가 “당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남학생들이 A씨에게 약물 등을 투여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남학생들은 경찰에서 “추행을 하고 사진 을 찍은 건 사실이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과 동영상은 경찰 조사 당시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

 경찰은 A씨의 체액과 혈액, 소변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사건 당시 촬영에 쓰인 휴대전화도 제출받아 영상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특별법상 특수강간죄의 형량은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이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의 처분에 대해 대학본부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학 학생 상벌 세칙에는 ‘성폭력 사건으로 학교의 품위를 손상한 경우 해당 학과 부학장과 지도교수 등이 상벌위원회를 구성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하고 총장에게 결과를 제의한다’고 돼 있다.

 이날 고려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비난과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 커뮤니티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90% 이상의 학생들이 ‘출교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교는 퇴학과 달리 재입학이 불가능하고 다시는 학적을 갖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처벌이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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