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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빅클럽들 눈여겨볼 때, 박주영 보란듯이 한 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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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주영(왼쪽)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9분 상대 수비보다 높이 뛰어올라 헤딩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한국은 후반 8분 김영권의 골을 더해 2-0으로 앞섰지만 후반 41분 한 골을 내줘 2-1로 승리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전반 9분 김영권(오미야)이 왼쪽에서 올려준 공을 박주영(AS모나코)이 세르비아 골문 정면에서 머리로 받아 넣었다. 후반 8분에는 차두리(셀틱)의 패스를 받은 김영권이 상대 벌칙지역 왼쪽에서 왼발 대각선 슈팅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후반 41분 라도사프 페트로비치(FK파르티잔)에게 한 골을 내줬지만 승리는 지켰다. 한국은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 또 한번 친선경기를 한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지난 1월 대표팀에서 물러난 뒤 조광래 감독은 박주영의 왼팔에 주장 완장을 채웠다. 1985년생으로 스물여섯 살인 박주영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2월 9일 터키와의 원정 평가전(0-0무)에서 박주영은 기량도 리더십도 주장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주영은 한 달 만에 확 달라졌다. 3월 25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4-0승)에서 헤딩으로 쐐기 골을 넣는 등 포스트 박지성답게 활약했다. 그리고 이날 박주영은 국가대표팀의 리더이자 해결사다운 모습을 보였다.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박주영은 자신보다 5㎝나 큰 1m87㎝의 수비수 알렉산다르 콜라로프(맨체스터시티)보다 높이 떠올라 헤딩슛을 날렸다. 박주영의 점프력에 콜라로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야 했다. 김영권의 추가골도 차두리의 침투 속도에 맞춰 박주영이 그림 같은 로빙 패스를 건넸기에 가능했다. 경기 템포 조율도 박주영의 몫이었다.

 기성용(셀틱)은 숨은 공로자였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힘을 앞세운 상대를 힘들어했다. 유럽 이상의 파워를 지닌 이란·이라크에 중요한 순간마다 발목을 잡힌 이유다. 세르비아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이란·이라크를 대비한 평가전이었다. 이날 한국은 주전 11명의 평균 신장이 1m86㎝에 이르는 세르비아의 힘에 밀리지 않았다. 기성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은 미드필드에서 강한 몸싸움을 펼치며 수비라인의 부담을 덜어줬다. 전반 8분 콜라로프의 반칙성 태클에 기죽지 않고 감정 싸움을 서슴지 않는 등 심리전을 이겨낸 기성용은 조 감독이 벤치에서 나와 진정하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태클을 수차례 보여줬다. 1m86㎝·75㎏으로 유럽 선수에 버금가는 체격을 갖춘 기성용은 거친 스코틀랜드에서 배워온 터프한 수비로 국가대표팀의 수비 안정화에 큰 기여를 했다.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수비 집중력은 좀 더 높여야 한다. 골키퍼 정성룡(수원)은 전반 33분 페트로비치가 중앙선 부근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리자 뒷걸음질치다 골 망에 걸리고 말았다. 공이 왼쪽 골포스트를 맞았으니 망정이지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면 실점이었다. 후반 41분에는 한국의 벌칙구역 밖 오른쪽에서 슈팅을 날리는 페트로비치를 아무도 방해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상대 공격수를 놓친 것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조 감독은 “전체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였다”며 “왼쪽 수비수로 나선 김영권이 공격과 수비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은 이영표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이영표보다 나은 점도 분명 있다”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세르비아 감독은 “박주영·차두리·이청용이 특히 인상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높았다”며 “한국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매우 단단한(Very Solid)’ 팀이었다”고 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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