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열린음악회〉형식 다양화 등 변신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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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년 묵은 때를 뺄 때가 됐습니다."

그동안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벽을 허물고 노래를 통해 세대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KBS1 〈열린음악회〉 전진국PD의 말이다. "너무 틀에 박힌 구성에다 출연자의 얼굴이 그게 그거"라는 질책에 화답하기 위해 그는 '때를 빼는 일'부터 시작했다.

전PD는 우선 진행자의 자세부터 바뀌기로 했다. 지난 8일 녹화한 '졸업,그리고 새출발'(20일 저녁6시 방영)이 그 시발점. MC 황수경을 무대로 불러내 직접 노래를 부르도록 주문했다. 즉석에서 샹송 '장미빛 인생'을 부르자 방청객이 환호를 보냈다.

지금까지 〈열린음악회〉의 진행자는 늘 공주처럼 근사한 드레스를 입고 예뻐 보이려고만 애썼지 무대와 섞이질 못했다. 황수경도 그랬고 황현정·장은영 등 역대 MC들이 다 그랬다. 앞으로는 보다 캐주얼한 의상을 입도록 하는 등 시청자들과 자연스런 '어울림'의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게 제작진의 계획이다.

1993년 5월 첫 방송을 시작,3백50회 이상 방송이 되다보니 출연자의 얼굴도 자연히 식상하기 마련. 가수 이광조·인순이·신효범 등은 40∼50회 이상 출연 기록을 갖고 있다.

한정된 인력이다 보니 어쩔수 없다쳐도 형식에 변화가 없으면 안된다고 판단,가끔 한 가수의 특집쇼 형태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번주 윤형주·김세환과 함께 포크의 세계로 떠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열린음악회〉는 지난 94년 방송사상 처음으로 민간인 통제구역내의 옛노동당사에서 음악회를 여는 등 '장소파괴' '격식파괴'를 이끌어 왔다. 김수환 추기경이 출연,'애모'를 불어 화제가 되기도 했고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그런 변신의 몸부림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다.

"작지만 늘 새롭고자 하는 몸짓이야말로 '국민프로'의 사명이 아니겠습니까." 담당PD들이 밝힌 시청자와의 약속이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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