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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뷰] 주가 뛰면 파격보상 내리면 퇴출 으름장

중앙일보

입력

삼보컴퓨터의 주식 관리팀은 요즘 대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한진그룹 등 내로라 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잇따라 이곳을 다녀갔다.

삼보의 주식관리팀은 ▶주주총회 대비▶공시자료 제공▶소액주주 응대▶기업설명회(IR)개최 관련 업무를 주로 다룬다.

지명구 팀장은 "당초 효율적인 자사주(自社株)관리를 위해 별도 팀으로 발족했다" 며 "그러나 요즘엔 이런 일 외에 주총 준비를 하고 소액 주주들의 각종 문의에 답하느라 일손이 모자랄 정도" 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주가를 적정선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특히 전통적 제조업체인 이른바 '굴뚝 기업' 들은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자 주총 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각종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 실태〓대기업마다 IR조직을 재정비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주가로 평가하는 등 주식가치를 중시하는 경영 전략을 마련 중이다.

SK㈜는 올초 부장급을 팀장으로 하는 IR팀을 긴급 발족했다. 이 팀은 총 8명으로 구성돼 오는 4월까지 투자자와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주가관리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사측은 내재가치로 따질 땐 1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자사주(3만원선)가 저평가된 원인을 밝혀낸 뒤 이를 좁힐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IR팀에는 주가가 10만원을 넘으면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겠다고 회사측이 천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IR팀은 이미 홍콩.싱가포르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갖고 지난해 매출(11조2천7백억원)과 순익(3천4백50억원) 등 결산 수치를 공표했다.

한 증시 관계자는 "과거 SK는 결산 수치를 극비에 부치는 등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며 "투자자를 위해 영업실적을 자진해 미리 발표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 이라고 말했다.

LG.한화그룹 등도 계열사별로 구성된 IR전담 팀을 통해 국내외 기업설명회와 투자자 초청 기업견학 등을 시행, 주가 끌어 올리기와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적정주가 유지와 주주 이익 보전을 위해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3천억원 정도의 자사주 펀드를 조성해 주가 관리에 나서고 있다.

회사 측은 이 자금으로 올초부터 자사주를 매입해 그동안 주가하락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대전자도 지난해 출범한 IR팀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분기마다 1회씩 아시아와 미국.유럽 등지에서 투자자들과 1대 1 미팅 방식의 해외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투자자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를 가져온 기존 방식과 달리 투신.은행.증권.보험사 등의 주요 관계자 2백여명을 대상으로 IR팀이 직접 방문해 회사 홍보를 하기로 했다.

현대는 그룹 차원에서 적정 주가 유지를 위해 올 한햇동안 각 계열사의 증자를 자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삼성.두산그룹은 이미 전계열사 최고경영자에 대해 매년 연초.연말 주가를 비교해 인사와 보너스 지급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이같은 평가 결과를 각 계열사의 구조조정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밖에 삼성전자와 현대종합상사는 인터넷.정보통신 등 유망 코스닥 기업 투자에 나서 간접적인 '자사주가 높이기' 를 추진하고 있다.

아예 코스닥기업을 흡수해 몸값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각각 연간 5백억원 안팎을 벤처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 왜 이러나〓현대자동차는 주가가 2만원을 밑돌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주주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는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비난에 서둘러 IR계획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주주 이익에 소홀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코스닥.벤처 열풍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체 주주들의 상대적인 피해 의식도 커진 상태다.

A사의 한 임원은 "주총을 앞두고 주주 압력이 점차 거세질 것으로 전망돼 기업마다 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40%의 고율 배당 방침을 정한데 이어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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