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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김지석의 강수에 구리 후퇴(9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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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9보(89~98)=백△는 옥쇄를 각오한 수. 대마의 ‘한 집’을 자진해 없앤 김지석 7단은 자책과 후회 속에서 이를 갈며 강수를 던졌다. 대마는 그 바람에 풍전등화의 처지가 됐지만 김지석은 챙길 것은 일단 다 챙겨버린다. 모든 프로는 상대가 실리를 챙겨갈 때 가장 강렬하게 타오른다. 분노한 구리 9단의 거친 호흡이 모니터를 통해서도 느껴진다. 한데 잠깐 뜸을 들인 구리가 돌연 91로 후퇴했다. “구리 9단, 도통했네”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위기상 91은 의외였다. 박영훈 9단은 ‘참고도1’ 흑1, 3의 이단 젖힘을 주장하며 “지금은 이렇게 둘 자리”라고 말한다. 백이 4로 물러선다면 5로 지켜 실전과는 대차가 난다. 패기 넘치는 김지석 7단은 백발백중 ‘참고도2’ 백1로 끊어올 것이다. 흑은 이때 2, 4로 돌리고 백5 이을 때(흑▲ 자리) 6으로 젖혀 올린다. 백7로 끊으면 이쪽 흑은 바로 죽지만 여기서 8로 끊으면 대마가 살 길이 없다는 박영훈 9단의 설명이다. A쪽에서 모는 수들이 선수로 들어 대마가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참고도’는 물론 사생결단의 승부수다. 하지만 유리해 보이는 구리가 스스로 칼을 거뒀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일까. 백은 96으로 달아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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