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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원유 좀"…후 주석ㆍ원 총리 사이에서 '핑퐁' 굴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원유 무상 지원을 요청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김정일이 이번에는 후진타오 주석에게 원유지원을 부탁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원 총리에게 얘기하라며 손사래를 쳤다.' 원유 무상지원을 두고 김정일이 중국 고위층들에게 탁구공 튀듯 이리저리 핑퐁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는 1일 북한의 복수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김정일은 지난달 방중 때 원 총리와 경제정상회담을 가졌다. 비공개 회담으로 진행돼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NKSIS에 따르면 이날 경제정상회담 때 김정일은 원 총리에게 식량뿐 아니라 원유를 무상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정일은 “개혁ㆍ개방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이를 위해선 중국의 전폭적인 경제 지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 그러나 원 총리는 “원유 등의 문제는 정상적인 경제 교류의 형태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차라리 이번엔 북한 원유 자원에 대한 시추ㆍ개발 협약을 잠정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원유는 무상지원이 아니라 시장경제 논리로 사고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무상지원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이에 김정일은 같은 날 오후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원래 의제로 예정됐던 북핵 문제 대신 원유 무상 지원을 재차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후 주석은 “경제 문제에 대해선 원 총리와 논의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은 국가주석이 정치ㆍ국방ㆍ외교를, 총리는 경제분야를 나눠서 책임진다. 결국 김정일은 원유무상지원 문제와 관련, 후 주석과 원 총리 사이에서 핑퐁만 된 셈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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