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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나의 마을〉 감독 히가시 요이치

중앙일보

입력

19일 개봉하는 일본영화 〈그림 속 나의 마을〉의 감독 히가시 유이치가 8일 방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히가시 감독은 69년부터 영화를 만들어 왔으며, 다큐멘터리 활동을 주로 하면서 자신의 영화에 사회적인 관심사들을 반영해 온 감독이다.

영화 〈그림 속 나의 마을〉은 48년 전후의 일본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일란성 쌍둥이인 유키히꼬와 세이죠 형제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실제 이 형제 중의 한 사람인 세이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림 속 나의 마을〉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형제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사실적인 성장 드라마적인 요소와 중간중간 어린 아이의 상상에서 비롯될법한 환상적인 요소들을 배합하고 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여름의 초록색은 화면 안에서 영화 제목처럼 그림처럼 살아 숨쉬고 있으며, 이 초록색 화면은 곳곳에 망원 렌즈로 촬영되어 전경(前境)과 후경(後境)이 대조되는 장면과 더불어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히가시 감독은 기자회견에 앞서 영화를 본 일반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한국에서 히트한 〈러브레터〉보다 낫지 않느냐"고 농담처럼 인사의 서두를 꺼내며, "내 작품이 한국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로, 상당히 흥분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히가시 감독은 이번 한국 방문이 4번째이며, 일본 감독치고는 한국영화를 많이 본 편이라고 스스로 소개했다. 그는 유현목 감독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 고(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 등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기자들과 진행한 회견에서는 현재 일본에서 인기몰이하고 있는 〈쉬리〉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히가시 감독은 〈쉬리〉에 대해 "재미있다"고 하면서, "(이 영화의 국내외적인 히트는)한국영화 역사상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히트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관객과 일본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정서상의 유사성"을 기본적인 이유로 들기도 했다.

또한 한일 합작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며, 헐리웃 진출에 대해서는 그들의 고용관행과 감독의 최종 편집권 부재 등을 들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 〈그림 속 나의 마을〉에는 환상적인 요소들이 있는데, 마녀처럼 보이는 듯한 세 할머니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원래 세이죠의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데, 감독은 등장인물들의 중심이 너무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느낌이 있어 이들을 별도로 설정했으며, 아울러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는 등의 신비적인 요소를 삽입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유기히꼬와 세이죠 역을 맡은 미츠야마 케이고와 쇼고 형제는 실제 일란성 쌍둥이이며, 비전문 배우인데 실제 이 영화에는 몇몇 배역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비전문 배우다.

감독은 이 비전문 배우와 일하면서 벌어진 촬영기간 내의 에피소드에 대해 "5시간이 걸려도 모자를 것"이라고 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촬영을 하면서 변화했는가에 대한 하나의 예를 들었다.

"그것은 유기히꼬와 세이죠, 둘이 싸우는 장면이었다. 이 둘은 그 장면을 직을 대 실제로 싸웠고, OK 사인이 난 뒤에도 계속 싸워서 스탭들이 말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촬영 후에 왜 그랬냐고 물어 봤더니 한 번 NG가 나면 다시 또 싸워야 하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심하게 싸웠다고 하더라."

96년에 제작된 〈그림 속 나의 마을〉은 당시 46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2등상 격인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이번 50회 영화제에도 히가시 감독의 신작 〈나의 아저씨〉가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어 있다. 〈그림 속 나의 마을〉은 19일 코아 아트홀과 MMC-프레야 타운 두 곳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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