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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영화제 막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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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국제영화제가 9일(현지시각)막을 올리고 열하루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영화제 탄생 50주년인데다 베를린 장벽 붕괴 10년을 기념하기위해 예년보다 훨씬 성대하게 출발했다.

우선 무대를 반세기동안 영화제를 지켜봤던 서베를린의 조(zoo)역 근처에서 포츠담 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포츠담 광장 지역은 원래 베를린 장벽이 설치돼 오랫동안 폐허로 남아있었다.

이제 '화해와 통일의 시대' 를 맞아 이곳은 건설의 활기가 가득하다. 영화제 본부건물은 포츠담광장에서 가까운, 전설적인 독일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의 이름을 딴 광장에 자리잡았고 이를 중심으로 새로 지은 극장들이 배치됐다.

예년처럼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을 찾아 5, 10분씩 걸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초대 손님도 할리우드 스타 중심으로 꾸려 분위기를 띄우려는 영화제측 의도를 느끼게 했다.

케네스 브래너.조지 클루니.멜 깁슨.밀라 요보비치.'주드 로.''줄리안 무어.'기네스 팰트로 등' 잘 나가는 배우들과 올리버 스톤(미국). 폴커 쇨렌도르프(독일).스탠리 콴(홍콩)등 각국의 유명 감독들이 줄줄이 참가 한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모리츠 데 하델른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도 미국 냄새를 가급적 배제하고 유럽 감각을 고집하는 유럽 출신 감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는 말로 영화제 출품작품의 경향을 전했다.

개막작으로 독일 출신 빔 벤더스 감독의 '스리 밀리언 달러 호텔' 이 선정된 것에서 이런 경향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베를린 천사의 시' (87년)에서 동.서로 분리된 황량한 베를린 풍경을 그려냈던 그가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배경으로 멜 깁슨.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스릴러물을 들고 온 것에서도 새삼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최우수작품상(황금곰상)을 다툴 장편영화 경쟁부문에는 '스리 밀리언 달러 호텔' 외에 대니 보일의 '비치' , 영국 출신인 앤소니 밍겔라의 '리플리' , 체코 출신 밀로스 포먼 감독이 미국서 만든 '맨 온 더 문' , '부기 나이츠' 의 폴 토머스 앤더슨이 연출한 '매그놀리아' , 중국 장이모의 '귀향' 등 16개국에서 21편이 출품됐다.

출품된 작품 수준이 외형의 화려함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평이다.

영화제 측이 별다른 복안을 내놓지 못하는 한 칸영화제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는데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평생공로상에는 '줄과 짐' '사형대의 엘리베이트' 로 친숙한 프랑스 여배우 잔 모로에게 돌아갔다. 또 로버트 드 니로 회고전도 마련돼 '디어 헌터' '택시 드라이버' 등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상영된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중국 여배우 궁리가 맡았다. 한편 한국영화는 '쉬리' 의 성공으로 들떠 있는 국내 분위기와는 달리 베를린에서는 차가운 대접을 받아야했다.

약 20편을 응모했으나 초청받은 장편영화는 한 편도 없다. 다큐멘터리 '노래로 태양을 쏘다' 와 단편영화 '고추말리기' 등 2편이 비경쟁부문인 포럼에서 상영되는데 만족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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