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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 울고 웃긴 그 영화 ··· 열 자식 안부러운 ‘효도영화’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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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 포스터

"부모님이랑 함께 이 영화를 봤는데 정말 좋아하시네요. 하루 종일 나미의 '빙글빙글'을 틀어놓고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세요. 오랜만에 부모님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좋으면서도 한 켠으론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영화 '써니'의 감상평이다.

이 영화는 학창시절을 함께 한 7공주 '써니'가 40대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 지난 추억을 회상하고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재작년 영화 '과속 스캔들'을 흥행시키며 신인감독상을 차지했던 강형철 감독의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 사이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조금 특별한 데 있다. 영화관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 세대가 아닌 중년들의 발길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촌스러운 복장에 우스꽝스런 헤어스타일, 그 시절 젊은이들의 아지트였던 음악다방과 그 곳에서 LP판을 돌리던 DJ까지…. 1980년대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 '써니'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화 속 모습들로 금세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그 시절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젊음의 행진'과 '영 일레븐' 등이 대사에 등장하면 관객석에서는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 영화는 현재 인터넷 상에서 '효도 영화'로 불리고 있다. 부모님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흐르는 세월에 잊고 살았던 옛 기억을 되뇌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영화를 보고 오신 부모님이 '우리 때는 이랬어' '너희는 모를 걸?' 이라며 신나게 수다를 떠시는 모습을 봤다"며 "그제서야 문득 '아 부모님도 우리와 같은 시절을 보내셨구나'하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영화를 보면서 엄마가 많이 우셨다. 그 동안 사는 것이 바빠 잊고 지냈던 친구들이 생각난다고 하시더라"며 "며칠 뒤 고교시절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하셨다며 소녀 같은 모습으로 나가시던 뒷모습이 너무 예뻤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객 입소문이 돌자 이 영화에는 '부모님이 꼭 봐야 할 영화' '열 자식 안 부러운 효도 영화'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CGV 영화관 관계자는 "'써니'는 다른 영화에 비해 유난히 관객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며 "예매를 할 때에도 '부모님과 함께 보려 한다'며 '써니'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써니'는 '당신의 추억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알려주는 영화"라며 "감독이 던져주는 추억거리를 관객이 조립하며 만들어가는 것이 이 영화의 흥행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영화 '써니'는 개봉 4주 만에 관객 수 350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조선명탐정'(약 470만명)에 이어 관객 수 2위를 기록 중이다.

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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