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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나와 한번 해보자는 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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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가운데)이 31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해 조영택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가 “무책임한 주장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며 민주당에 반격을 가하고 나서자 민주당도 31일 맞불을 놓았다. 특히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만난 기자들 앞에서 “청와대가 나와 한번 해보자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우리보고) ‘말조심하라’고 경고했는데 그전에 청와대 자신들부터 조심해야 한다. (청와대가) 책임을 운운하는데 이것이 공갈인가. 공갈에 넘어갈 박지원이 아니다. 청와대에서 그렇게 하면 위축될 줄 알았나 본데, 내가 감옥에서 4년을 살았다. 계속 해보자”고 했다.

 그는 “내가 보해저축은행의 BIS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해 달라고 청와대에 부탁하면서 관련 문건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제출했다고 하는데 나는 경제수석실에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다만 보해저축은행 문제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통화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가 김 위원장에게 전화해 ‘주말에 보해저축은행을 영업정지하면 어떡하느냐’고 하자 김 위원장은 ‘증자하면 문제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증자를 못해 다시 전화했더니 ‘증자가 안 되면 영업정지가 된다’고 했다”고 대화 내용을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특히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 수석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어떤 관계였고, 무슨 역할을 했는지 밝히지 않으면 내가 밝히겠다. 구속된 신 명예회장과 정 수석은 막역한 사이로 우정힐스 골프장과 청담동 한정식집을 같이 다닌 걸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에 도피 중인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현재 청와대에 있는 두 사람과 정부 핵심인 한 사람과 막역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 일원인 박선숙 의원도 청와대를 공격했다. 그는 “이 모든 논쟁의 최종적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 정부가 저축은행 문제를 뻔히 알고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부실 저축은행끼리 합병시키며 부실을 더 키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감사원으로부터 저축은행 부실상황을 보고받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는 청와대 발표가 있었지만 그 자리가 바로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무슨 지시를 했기에 그 이후 시간 끌기가 가능했는지, 시간을 끌어 문제를 키웠는데 대통령은 왜 가만히 있었는지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박지원·박선숙 의원과 함께 ‘공적 3인방’으로 찍은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감독 부실이 오늘의 저축은행 부실을 가져왔다” 고 주장했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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