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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2년의 벽 … “경쟁 점포 맞서 리모델링으로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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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45.9%’. 폐업자 중 창업한 지 2년 안에 문을 닫은 이들의 비율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영업자 국세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사업을 중단한 폐업자 71만5000명 중 32만8000명이 2년도 안 돼 문을 닫았다. 절반 가까이가 ‘창업 2년’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창업자가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평균 3년쯤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해를 보고 사업을 접는 이가 상당수란 얘기다.

이유는 다양하다. 초기에 잘나가던 점포도 인근에 경쟁점이 등장하거나, 비수기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하거나, 종업원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사업 초기에 예상치 못했던 문제와 맞닥뜨려 스러지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폐업하고 다른 사업을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길을 바꿔도 비슷한 문제를 또 겪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폐업을 택해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꼼꼼히 짚어보고 대응전략을 마련한 뒤 창업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9000만원 들여 카페형으로 바꿔 맞대응

창업주를 가장 힘들게 하는 순간은 주변에 경쟁 업체가 들어섰을 때다. 장주연(40)씨에게도 그런 일이 여러 번 닥쳤다. 장씨는 2005년 인천시 강화읍에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매장을 냈다. 인근에 중대형 규모 베이커리가 없다는 점을 노렸다. 규모가 크고 갓 구워낸 신선한 빵을 판다는 이미지를 앞세워 창업 초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5개월쯤 지나자 주변에 경쟁 점포 3~4곳이 생겼다. 장씨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 8000원 이상 산 고객에게 잼을 주고, 케이크를 살 경우 빵을 덤으로 주는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한숨 돌린 듯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자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다. 근처에 음료를 함께 파는 카페형 베이커리 매장이 생긴 것. 2009년부터 점차 줄던 매출이 지난해 말엔 평소의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올 2월, 장씨는 9000만원을 들여 매장을 리모델링했다. 카페형 베이커리로 인테리어를 확 바꾼 것이다. 장씨는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했지만 경쟁 점포를 누를 유일한 돌파구란 생각으로 리모델링했다”며 “손님의 반응이 좋아 지난해 말보다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종업원과 대화 늘려 자발적 협력 유도

경기도 분당 수내동에서 생맥주 전문점 ‘치어스’를 운영하는 김용남(48·가운데)씨는 매일 오후 3시 직원 회의를 한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우수 직원에겐 포상도 한다. [김성룡 기자]


매장 종업원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보물도 되고 애물단지도 될 수 있다. 종업원의 이직·결근이 잦고,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면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용남(48)씨는 2009년 10월 경기도 분당 수내동 아파트 단지 상가에 생맥주 전문점 ‘치어스’를 차렸다. 문을 연 후 6개월 동안 가장 골치아팠던 것은 종업원 관리.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직원은 예고 없이 그만두기 일쑤였다. 김씨는 “갑작스럽게 비는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직접 서빙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점장 대신 그가 직접 종업원 관리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결원이 생기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적정 인원보다 아르바이트생을 1명 더 늘렸다. 고정비는 월 50만원 정도 늘었다. 하지만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었다.

 매일 오후 3시는 직원 회의 시간으로 비워놨다. 김씨는 “잠깐이라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의를 통해 잘 몰랐던 화장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리했다. 직원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어린이 놀이공간도 만들었다. 우수 직원에겐 포상도 한다. 김씨는 “요즘은 직원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일이 없어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철 타는 업종은 비수기에 공격적 마케팅

계절따라 매출 편차가 큰 업종에 도전한다면 비수기 대책을 미리 세워놔야 한다. 문구점은 방학철이,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겨울이 비수기다. 비수기 매출 부진을 슬기롭게 넘겨야 오래 갈 수 있다.

  2007년 3월 서울 독산동에 문구점 ‘색연필’을 창업한 유경대(55)씨는 방학 때마다 손님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는 성수기 매출을 끌어올려 방학 때 매출 부진을 만회하는 전략을 짰다. 유씨는 “학기 중에는 늦은 밤까지 문을 열어 학생들이 아무 때고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매달 인기 상품을 분석해 키 작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진열하는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현재 월 매출은 2000만원 수준이다.

  상권이나 입지가 불리한 점포도 2년 내 폐업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단골을 만들 때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여주 교차로 인근에서 설렁탕 전문점 ‘한촌 설렁탕’을 운영하는 장동목(54)씨가 그런 경우다. 2003년 6월 점포를 낸 그는 인근 대형 아웃렛이나 골프장에 들르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직접 나섰다. 골프장을 찾아가 이용객을 만나는가 하면 골프 스코어 카드를 갖고 온 고객에게는 설렁탕 값을 30% 깎아줬다. 골프공 받침대 등 기념품도 제공했다. 이런 노력 끝에 골프장 이용 고객 비율을 전체 손님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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