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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수석교사제 법제화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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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동섭
경인교육대학교 부총장

최근 여당 원내대표가 수석교사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교직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일까 궁금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수석교사제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30년 전부터 교직체제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 그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제도다. 그것은 수업 능력이 탁월한 교사들에게 수석교사라는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고 상응하는 처우를 제공해 수업 전문성 계발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교실수업의 획기적인 개선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모든 조직은 인사를 통해 구성원의 직무수행 능력과 헌신도를 향상시키고 사기를 앙양한다. 교육조직에서도 교사→교감→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제도를 두어 능력 계발을 유인하고 전문성 신장과 사기 앙양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원승진제도는 교사의 본업인 가르치는 일을 더 잘하도록 촉진하기보다는 그 일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 행정관리직으로 진출하도록 하는 제도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면 수업은 하지 않고 행정관리 업무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긍지를 느끼는 교사들은 그러한 승진이 달갑지 않고, 그렇다고 승진을 못 하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승진 경쟁에 나서고 있어 교단이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부터 수석교사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결과는 수석교사제가 교단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관리직으로의 승진 외에 전문적 발달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별도의 통로를 열어줌으로써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교사들이 우대받는 풍토가 조성되고 수업만 잘해도 교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교원연수와 수업연구 등을 통해 다른 학교 교사들의 능력 계발을 지원하고 특징적인 교수학습 자료를 제작·보급해 교실수업의 효과를 크게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그러한 효과들은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적은 인원과 한정된 역할만으로 시행된 시범 운영이 업무부담 증대 및 역할 갈등과 같은 문제들을 파생시켜 본연의 효과를 크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업 잘하는 교사 중심으로 교직체제와 문화를 혁신해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수석교사를 법률로 제도화해 인원과 예산을 확충하고 그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끊임없이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장학과 연수강의 위주의 재교육 방식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함께 지내면서 필요할 때 적절한 코칭을 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교사는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다. 수석교사로부터 수업 코칭을 받은 20년 경력의 한 선생님이 들려준 “내가 좀 더 일찍 이런 코칭을 받았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입니다”라는 말은 수석교사가 왜 필요하고 시급한지를 웅변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조동섭 경인교육대학교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