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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몰려드는 기업의 특별한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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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황수
GE코리아 사장

얼마 전 사내 인턴으로 일하는 대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졸업 후 진로를 묻자, 국내 기업보다는 외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여학생들의 지원 의사가 매우 높았다. 이유는 비슷했다. 국내 기업의 위계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는 한국 기업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볼 것을 제시했지만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국내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주변 선후배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판단에 이르게 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늘 그랬듯이 기업 인사 책임자들에게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입사한 인재들이 다른 기업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해외에서 대학을 나온 젊은 인재들의 경우, 이직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국내 기업의 수직적인 의사소통과 상사들의 권위적인 위계 의식, 그리고 폐쇄적 기업문화를 꼽는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 여성학자는 국내 기업의 남성 중심적인 보수적 기업문화로 인해 국내의 외국 기업들이 우수한 여성 인력을 쉽게 확보하는 반사 혜택을 누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소프트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기업문화는 소프트 경쟁력을 구성하는 밑바탕이자 기업의 장기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다. 최고경영자들이 기업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기업문화를 만들고 바꿔나가야 할까. 또 누가 변화를 이끌어야 할까.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근본 요소는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믿는 핵심 가치다. 그리고 리더들이 그 핵심 가치를 발전시키는 행동을 실천하고 조직 내 확산을 독려할 때 조직문화는 쉽게 뿌리내린다. 동시에 핵심 가치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은 조직에서 분명히 배제시키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많은 인사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이 회사와 일에 대해 갖는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최고경영자나 임원이 아닌 직속 상사다. 중간관리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들은 직원들이 열정을 다해 업무에 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리더는 핵심 가치에 기반한 조직문화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중간관리자들의 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항목에 기존의 실적 항목 외에 조직문화의 변화와 관련된 목표를 꼭 넣어야 한다. 성과를 평가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E는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로 포용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GE의 임원과 중간관리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조직 어디에서나 나올 수 있다는 인식하에 문화와 세대의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GE 리더들의 평가 항목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열린 자세와 경청 여부가 포함돼 있다.

 가정이나 기업이나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약속한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때 구성원들은 이런 문화를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내재화하게 된다. 입사를 기피하고 이직을 쉽게 하는 젊은 인재들의 가치관을 탓하기에는 무한 경쟁의 파고가 너무 높다. 이제 인재가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로 변했다. 기업은 인재가 찾아오고 또 성장하는 기업문화를 적극 가꿔 나가야 하고, 이는 최고경영자와 리더들이 조직변화를 실천할 의지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때 가능하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한국과 같이 성장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로서 뛰어난 인재를 더욱 많이 확보해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수 GE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