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마찰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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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전쟁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이 전격적으로 중국산 방직제품에 대한 수입쿼터를 도입했고, 이에 맞서 중국은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섬유제품을 대상으로 산업 피해 여부를 조사 중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와 함께 중국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산 면셔츠.바지.속옷 등 세 가지 품목에 대해 수입쿼터 제도를 부활키로 했다. 이들 중국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금액이 지난해보다 7.5% 이상 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올 초 전 세계 의류쿼터제가 폐지되면서 이들 중국 제품의 1분기 대미 수출액은 1년 전의 5~6배로 급증한 상태다. 미 업체들은 "중국 제품 때문에 의류.방직업계에 종사하는 95만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제재 조치를 촉구해왔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의 충취안(崇泉)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다자 무역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측이 단기적이고 부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수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안에서 대응 조치를 강구할 뜻도 밝혔다.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은 지난 3월 프랑스 방문시 "8억 벌의 셔츠를 수출해도 대형 여객기 한 대 값도 안 된다"며 선진국의 수입 제한 움직임을 비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방직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이 중국의 경우 69센트로 미국의 4.9%, 영국의 5.4%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분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무역위원회도 지난달 28일부터 티셔츠와 여성용 셔츠.스커트 등 9개 방직 제품을 대상으로 산업 피해 여부를 조사 중이다. 가구.완구 등 다른 분야에서도 중국 제품의 수입 제한을 요구하는 업계의 압력이 거세다. 미국과 유럽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최근 TV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중국이 탄력적인 환율 제도를 도입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위안화를 시장 논리에 따라 하루빨리 절상해야 한다는 압력성 발언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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